北 공세적 대외 ‘언론플레이’ 눈길

북핵 6자회담이 핵신고 문제로 교착국면에 빠지고 남한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북한이 공세적으로 대외 ‘언론플레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1일 방북한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 국립핵연구소장 일행이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APTN 방송이 동행, 현장을 촬영.취재할 수 있도록 했다.

APTN은 AP통신의 TV뉴스 자회사로, 2006년 평양에 상주특파원은 없지만 지국을 개설했다.

북한 당국이 핵시설의 언론 공개를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2002년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 이후엔 처음이다.

APTN은 22일 5㎿급 원자로의 외경과 냉각탑,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 등 6자회담에서 합의된 불능화 대상들을 촬영해 공개했다.

특히 영변핵시설의 책임자인 유순철씨는 인터뷰에서 “연료해체 사업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미국 등 다른 6자가 이행해야 할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서 더디게 한 것”이라고 그동안 북한이 밝혀온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이처럼 꽁꽁 숨겨온 영변의 핵시설을 전격 공개하고 나선 것은 특히 미국을 겨냥해 “우리는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있는데 나머지 나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함으로써 6자회담 공전의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미국 등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불능화 작업이 진행중인 핵시설을 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의 약속 이행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그러나 현재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들어간 것은 핵신고 지연에 이유가 있는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관계와 6자회담 합의 이행면에서 주로 미국을 겨냥해 영변 핵시설을 공개했다면, 북한은 뉴욕필하모닉의 평양공연 취재를 위해 방북한 외국 기자단에게 개성공단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는 물론 특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남쪽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려 하고 있다.

현재 평양에 체류중인 ABC-TV와 CNN 등의 취재진 17명은 23일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이용해 개성공단을 방문, 삼덕스타필드와 신원에벤에셀 공장 등을 취재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 관계자는 “미국 언론사들의 개성공단 방문은 북측이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개성공단의 2단계 확대를 포함해 남북간 합의된 대규모 경협사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외신들에 개성공단을 취재할 것을 제안한 것은 북한의 내심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언론을 적절히 이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세련된 외교방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쪽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남북관계 설정과 6자회담 진행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들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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