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단기업 약점 이용해 임금인상 일방 요구해”

북한이 개성공단 최저임금을 종전 기준대로 우선 지급한 뒤 인상분은 추후 정산해달라고 우리 기업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측은 현재 임금 인상분을 추후 지불하겠다는 확약서를 쓸 것을 요구하며 개별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기업 A대표는 20일 데일리NK에 “북측이 일단 종전 월 기본급 70.35달러로 계산된 임금을 받고 인상분을 나중에 정산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임금 지급에 대한) 시기를 놓치면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에 북한이 일단 수용한 것 같다”면서 “기업이 (임금 인상에 대한) 부분을 안 받아들이겠다면 노동자들을 빼겠다고 하면서 북측이 협박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 측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했다기보다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개성공단을 통한 외화벌이가 필요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또한) 개성공단이 잘 풀려야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경제특구와 그로 인한 인민경제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월 최저임금 70.35달러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상분 지급에 대해서는 남북 당국 간 협의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B기업 대표는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인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관리위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북한의 버릇을 고칠 수 있는 무기를 마련해 (추후) 협상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기업경영에 (북한 당국의) 간섭이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업을 못 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북한 스스로가 (개성공단에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바이어들도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도 정신 차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개정한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근거로 3월분 임금 지급일인 10일부터 근로자 1인당 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남측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일과 18일 접촉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아닌 기업 측에 대해 임금 관련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남북 관계 상황이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 문제를) 기업측과 논의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상대하기 쉬운) 기업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임금인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지만, 4월 군사훈련이 끝나면 당국 간 회담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날 오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한 근로자 문제로 북측과 면담을 시도할 계획이었지만, 방북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