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공개총살 장면이 보도되자 김정일 정권에 대한 입국 탈북자들의 분노가 거의 폭발 직전이다.
그동안 탈북자들이 김정일 정권의 반인민적 파쇼폭압상을 폭로해왔지만 남한 사람들이 그 실상을 제대로 믿어주지 않는 바람에 오래 쌓여온 마음 고생도 함께 분출되고 있는 느낌이다.
탈북자 김은철(36세 1999년 입국) 씨는 “이것이 과연 내가 살던 조국인가, 어린시절 짜개바지(멜빵바지) 입고 세상에서 제일인 줄로만 알았던 고향이 과연 저런 것이었던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씨는 “처형장면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며 “이로써 북한인권을 외면하고 ‘햇볕정책’ 운운하며 김정일의 잔명을 연장시켜준 親김정일 좌파들에게 당당하게 북한의 실상을 알려줄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자신의 형이 안전원들에게 총살당하고 5천 리를 걸어서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 강상호(가명 2001년 입국) 씨는 “형이 총살당하던 그 상황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남들은 그저 호기심으로 볼지도 모르겠지만 먼저 떠나간 형을 생각하니 형이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것 같아 차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령에서 총살당한 이름 모를 사람의 명복을 빌고, 그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범수용소 경비대 출신 탈북자 안명철(37세) 씨는 “남한에 내려와 수감자들에 대한 공개처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의아해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아 몹시 안타까웠다”며, “이번에 공개총살 동영상이 나오면서 국제사회와 남한사회에 김정일 정권의 반인민적 죄상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흥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남한의 친김정일 세력들의 그릇된 견해에 ‘된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데일리엔케이> 사무실에는 지금도 하루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김정일의 죄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하루빨리 북한의 독재체제를 끝장내는 데 주력이 되어달라”고 절절하게 독려하고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