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개처형 막아라” 南 인권위에 진정

▲손정남 씨의 동생 정훈 씨(우)와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목사(좌)가 진정서와 공개서신을 제출하고 있다 ⓒ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집행 예정인 공개처형을 막아달라고 남한의 국가인권위에 공식 진정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최초로 발생했다.

남한의 동생과 연락을 주고받다 ‘민족반역죄’로 체포돼 현재 공개처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손정남(48 ∙ 함북 청진 거주) 씨의 동생 정훈 씨와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손 씨의 구명을 촉구하는 공개서신과 진정서를 제출했다.

25개 북한인권단체와 손정훈 씨는 진정서 제출에 앞서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국가인권위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소극성을 비판하고 손씨 구명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개 서신에서 “한반도 안에 우리와 똑같은 땅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손정남 씨를 비롯한 북한 동포들은 헌법상 분명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조영황 국가인권위 위원장은 손정남씨를 구명하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라는 정치적 이유와 무관하게 ‘인권적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에 대해 정당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정훈 씨는 “한국정부는 북한인권개선에 피동적인 자세를 보여왔다”면서 “형의 문제를 비롯해 제반 북한인권문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인권위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물으며 “통일은 기본적인 인권 개선과 민주화가 전제 되어야 하며, 인권을 담당하는 인권위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손정훈 씨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 구체적 인적사항과 관련된 사항은 삭제하였음. ⓒ데일리NK

▲ 손정훈 씨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 구체적 인적사항과 관련된 사항은 삭제하였음. ⓒ데일리NK

이날 진정서 제출에 참여한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처장 김규호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6월에 주최하는 기도주간에 손정남 씨의 생사확인을 위한 행사를 준비할 것이며, 나아가 UN인권위에 제소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이슈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진정서를 접수한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조사할 수 없고 손정훈씨가 제출한 진정서는 인권위 정책공고에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손정남 씨는 현재 평양시 국가안전보위부 지하 감방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씨는 남한에 입국한(2002년) 동생 정훈 씨를 중국에서 만나 전화 연락을 취하며 북한의 실상을 알려줬는데 이것이 ‘민족반역죄’로 몰려 공개처형이 확정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손 씨 가족들은 연좌제에 엮여 최근 평양에서 추방, 정치범수용소의 종신(終身)구역인 완전통제구역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소재한 국제인권단체인 세계기독연대(CSW)는 28일 정오(현지시간) 미국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손정남 씨의 처형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