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10일 북한으로부터 1만8천쪽에 달하는 핵 관련 문서를 넘겨받았으며 검증팀과 전문가들이 이의 정확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북한은 5월8일 평양에서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에 약 1만8천쪽의 핵프로그램 관련 문서들을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은 또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룩한다는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국무부는 강조했다.
국무부는 북한 측은 이날 제공한 자료에 대해 “5MW 원자로와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한 영변 핵시설의 연료재처리공장 가동 기록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NYT)는 9일 북한이 미국 측에 전달했다면서 이 자료는 1990년과 2003년, 2005년 3차례 걸쳐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시도한 플루토늄 재처리 작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이 자료에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과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지원 등과 같은 북한의 핵확산 활동에 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 기록에는 원자로 가동과 북한이 실시한 3차례의 재처리 작업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문서는 미국 검증팀과 기타 전문가들에 의해 철저히 점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제공한 가동 기록들의 점검은 북한측 핵신고가 완전하고 정확한지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의 약속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검증과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 등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이 10.3 합의에 따라 완전한 핵신고 약속을 이행하도록 북한측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국무부는 덧붙였다.
국무부는 이어 “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폐쇄한데 이어 3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에 착수, 모두 11개 불능화 작업 가운데 8개는 이미 완료됐으며 폐연료봉도 5월 중순 현재 3분의 1 가량을 성공적으로 인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영변 현지에 계속 체류하며 불능화 작업을 감시해왔고 지금도 폐연료봉 인출을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용 무기급 플루토늄 추가 생산능력은 정지됐다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또한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룩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국무부는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 타임스(WT)는 9일 북한이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관련 기록을 빠르면 다음주에 제출할 수 있으며 6자회담도 관련 기록이 제출되는 시기와 맞물려 개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T는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를 인용해 이 같이 전하면서 그러나 핵 관련 기록이 6자 회담이 개최되기 이전 또는 회담 기간에 제출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리는 아마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관련 기록을 제공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플루토늄) 기록은 6자회담 논의 과정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중국에 제출할 핵신고서와 관련해 북한은 영변 원자로에서 생산한 플루토늄의 사용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플루토늄 양도 신고서에 담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핵탄두(핵폭발장치) 개수를 구체적으로 신고하지 않더라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플루토늄 양을 바탕으로 핵탄두 수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두차례 방북한 성 김 한국과장 일행에게 ’30-31kg’ 가량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밝히면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어디에 사용했는 지에 대해서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11일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제출할 신고서에 플루토늄 사용처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으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때문에 “북한이 제출할 신고서에 플루토늄 사용처도 담길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구체적으로 작성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핵탄두 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플루토늄 양을 신고하면 핵무기 개수를 추정할 수 있다. 통상 핵무기 1기를 제조하는 데는 6∼8㎏의 플루토늄이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성 김 과장 등에게 생산한 플루토늄의 일부를 핵무기 개발과 2006년 10월 단행한 핵실험에 썼으며 일부는 플루토늄 상태로 남아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제출할 핵 신고서는 대략 40∼50쪽 분량으로, ▲플루토늄 추출량 ▲플루토늄 추출 과정과 직결되는 핵시설의 가동 일지 ▲핵 활동 관련 시설 목록 등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