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 경제관료-中대사 연쇄 접촉 눈길

오랜 기간 2.13 합의를 공전시켰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타결로 북핵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 관료들이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 대사와 최근 연쇄 접촉을 가졌다.

북한의 언론매체와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류 대사는 지난 11일 김영일 신임 총리를 만수대 의사당으로 찾아가 면담했다.

북한 경제의 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는 김 총리가 자신의 취임 이후 평양에서 활동하는 외교 사절을 접견한 것은 류 대사가 처음이기는 했지만 이날 만남은 류 대사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취임 축하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덕담 수준의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례적인 방문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로부터 8일 뒤 로두철 부총리가 김광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대동,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류 대사를 만나면서 이들의 연쇄 접촉이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관료로서 로 부총리의 위상이 결코 낮지 않는데다 그의 방문시 김광린 국가계획위원장도 동행했기 때문이다.

94년 11월부터 2003년 9월까지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로 부총리는 박봉주 전 총리가 경질되자 한때 총리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경제담당 부총리와 함께 국제합영총회사 이사장을 겸직하면서 외국과 합영 합작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그는 대(對)중국 경협창구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5년 3월 박 전 총리의 중국 방문을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해 10월에는 북한을 방문한 중국 굴지의 상용차 제조업체 수광(曙光)그룹 대표단을 면담했다. 이어 11월에는 베이징(北京)을 방문, 북한을 대표해 쩡페이옌(曾培炎) 국무원 부총리와 서해 해상원유 공동개발 협정에 서명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로 부총리는 지난해 5월9일 북한을 방문한 마슈훙(馬秀紅)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만난 데 이어 15일에는 중국개발은행 대표단과 만나 담화를 나누기도 했을 정도로 중국의 경제관료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김 국가계획위원장의 동행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국가계획위원회는 북한의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감독하는 기구로서 북한의 거시경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어 ‘경제의 작전국’ 또는 ‘참모국’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고위 경제관료들과 류 대사의 잇단 접촉은 북핵타결 이후 양국의 대대적 경제협력 기반을 마련하기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중 양국은 2004년부터 양국 합의로 경협 기구를 설치하고 전략적 협력기반을 마련해두었지만 2006년 상반기까지 대폭 증가했던 중국의 대북투자가 7월 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 핵실험 이후 거의 대부분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2.13 합의 이후 북핵문제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이를 복원하거나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홍익표 박사는 “북한 고위 경제관료와 중국 대사의 연쇄 접촉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사이에서 양국 경협에 관한 중장기 계획 또는 지하자원 공동개발과 신의주-단둥(丹東) 연계개발, 나진-선봉 개발 등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대사관 웹사이트도 로 부총리가 류 대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날 쌍방은 중조 경제무역 등 문제에 관한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됐다”고 언급,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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