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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은 남한 선교단체들이 고무풍선을 이용해 성경책을 날려 보내는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남한의 모 선교단체가 입수한 ‘고무풍선으로 성경책을 우리나라에 침투시키려는 적들의 악랄한 책동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보고’라는 당 조직 문건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앙당에서 도당(道黨) 조직부 시‧군 당생활지도과로 내려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당의 방침을 내려 보냅니다”로 시작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2004년 6월 30일에 비준하여 주신 문건”이라고 적고 있다.
이어 “적들이 우리 인민들 속에 종교를 주입할 목적으로 우리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것을 리용하여 고무풍선으로 성경책을 들여보내기 위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남한의 일부 선교단체들이 풍선에 성경책을 매달아 보내는 운동이 북한 내부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또 “모든 당 조직들에서는 적들이 풍선으로 성경책을 우리나라에 침투시키려고 책동하고 있다는 자료를 전달받는 즉시, 그 내용을 자기 부문, 자기 단위의 일군들과 당원, 근로자들에게 빠짐없이 알려주도록 하려고 한다”며 당의 방침을 하달했다.
문건은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 속에 적들이 고무풍선을 들여보내는 성경책을 제때에 바치지 않고 몰래 감추어놓고 보거나 유포시키는 것은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는 것”이라며 “적들의 모략책동을 도와주는 반역행위로 된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해설과 교양사업을 진공적(공격적)으로 벌이도록 하려고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문건은 과거 김일성이 ‘문화선전사업을 강화하며 대외무역을 발전시킬 데 대하여’라는 교시를 통해 ‘종교는 반동적이고 비과학적인 세계관으로서 그것을 믿으면 계급의식이 마비되기 때문에 결국 종교는 아편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한 이후 줄곧 반(反)종교정책을 펼쳐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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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은 또 “당조직들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지난해 6월30일 풍선으로 소형라디오를 침투시키려는 적들의 악랄한 책동에 대처하여 비상대책을 세울 데 대하여 주신 지시와 지난해 7월 16일 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종교를 류포시키려는 적들의 책동을 짓부셔버릴 데 대하여 주신 지시집행정형을 중간총화하라”고 적고 있다.
반종교 선전 내용을 담은 문건의 실체가 공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데일리NK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의 반종교 교육자료와 올해 4월 ‘좋은벗들’이 공개한 ‘우리 내부에 종교를 퍼뜨리는 적들의 음흉한 모략책동을 단호히 짓부수자’는 내용의 ‘강연제강’(강연자료)이 공개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이처럼 종교를 탄압하는 당 조직 문건 등이 공개돼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선전해왔다. 특히 지난해 미국이 북한의 종교 탄압 문제를 지적하자, 즉각 논평을 내고 ‘미국이야말로 세계 최대 종교탄압국’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문건은 “당 조직들과 인민보안, 안전보위기관들에서 성경책을 몰래 감추어 놓고 보거나 유포시키는 현상들을 제때에 적발하여 엄격히 처리하도록 하려고 한다”는 말로 끝맺고 있다.
북한의 엄격한 반종교 정책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이같은 문건들이 공개되는 것은, 남한 선교단체나 북한인권 단체들이 벌이는 ‘성경 보내기’와 ‘라디오 보내기’ 등이 북한 내부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당국은 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