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추적 방법 있나?

북한이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작업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함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작업에 대한 증거수집이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외무성은 이날 성명에서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한다”며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날 성명에서 그동안 우라늄 농축 활동 의혹을 철저히 부인해 왔던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고 농축 기술 개발을 공식화함으로써, 한·미·일 정보당국들은 향후 북한의 농축기술 수준을 추적하는데 총력을 다해야할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렇다면 북한의 농축기술을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지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원료 확보는 통상 ①채광→②정련→③변환→④농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천연우라늄에는 우라늄-238, 우라늄-235, 우라늄-234 등 여러 가지 동위원소가 섞여 있다. 그 중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235는 0.72%밖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선 ‘채광’된 우라늄(U)을 ‘정련’ 공장으로 보내 우라늄 광석을 분쇄하여 화학적 처리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되면 노란색을 띄는 떡처럼 생긴 우라늄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옐로우 케이크’(Yellow Cake)라고 부른다. 옐로우 케이크 정도면 순도 75% 이상의 천연우라늄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우라늄-235를 추출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순도를 더 높이기 위해 ‘변환’ 작업을 거친다. 우라늄에 불소(F)를 혼합하여 완전히 분말 형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 작업을 거치면 우라늄 순도는 99.5%로 높아진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농축’ 작업이 시작된다. 변환까지의 과정을 통해 순수 우라늄을 추출하고 나면 그 중에서 0.72%를 차지하는 우라늄-235를 얻어내는 것이다. 농축이란 우라늄 속에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이는 작업인데, 0.72% 밖에 안되던 우라늄-235의 비율을 90%이상(고농축)으로 끌어올려야 핵무기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생산을 위한 원자력 발전에는 천연우라늄이나 우라늄-235가 2~20%정도 포함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

▲북한의 영변 등 핵시설 의심지역에서의 고열 감지

우선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할 경우 엄청난 열이 발행하게 되며 이를 식히기 위해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따라서 온도감지 센서가 부탁된 위성을 통해 북한의 핵활동 의심지역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면 핵시설과 냉각시설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핵활동 의심지역에서 급격한 온도변화가 감지된다면 일단 핵활동의 증거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우라늄 농축 활동의 결과로 대기 중에 생성될 수 있는 6불화우라늄(UF6) 채집

엘로우 케이크 단계의 우라늄에 불소를 혼합하여 순도 99.5% 수준의 분말 형태로 만드는 ‘변환’ 과정에서 UF6이 만들어 진다. 섭씨 80~90도로 가열하면 UF6는 기체가 되는데 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회전시켜 우라늄-235가 분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 농축시설에서 누출된 기체 UF6가 대기 중에서 멀리 날아갈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특수정찰기를 동원하면 대기 중에 떠있는 UF6을 채집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한반도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대기분석용 특수정찰기로 WC-135W를 보유하고 있다.

▲원심분리기 작동을 위한 전력공급 시 주파수 변환기에서 감지되는 고주파 신호 추적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작동해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235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50kWh의 전력이 필요하다. 기체상태의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우라늄-238은 밖으로 밀려나고 가벼운 우라늄-235만 안쪽에 남게 되는데 안쪽에 모인 우라늄-235만 모으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점차 우라늄의 순도가 높아지게 된다.

원심분리기는 고속회전(5만~7만rpm)이 가능해야 한다. 고속회전을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고주파수로 전력을 보내야 하고 이를 위해 주파수 변환기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고주파로 전력을 보낼 경우 주파수 변환기를 연결하는 전선에 특징적인 전기신호가 포착될 수 있다. 따라서 위성과 정찰기를 통해 이러한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면 북한의 우라늄 핵활동 수준이 상당수준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정이 과학기술적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시설을 은폐하고 있을 경우 이론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90년대부터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농축시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북한은 기술적으로 은폐 자체가 불가능한 ‘플루토늄 추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국제사회와 20년 가까이 공방을 벌이며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냈다. 따라서 북한 외무성의 ‘우라늄 농축 작업 개시’ 주장은 사실상 북한의 ‘마지막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른다. 북한은 입증 자체가 매우 곤란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꺼내 들며 또 다른 ‘시간벌기 게임’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