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난의 행군’ 다시 시작되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할 것인가.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몇 년 중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거듭된 만류를 뿌리치며 감행한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식량 지원이 대폭 감소한 데다가 이달 중순 집중호우로 농경지에 큰 피해까지 발생하며 심각한 식량난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의 식량소요량은 연간 650만t, 최대로 낮춰 잡아도 연간 550만t은 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체 생산량은 근래 최대 풍년이었던 지난해가 겨우 450만t에 불과했다.

매년 100만∼200만t의 부족 현상이 되풀이돼 왔고, 이를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보충해 왔다.

세계식량기구(WFP)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2004년보다 23.1%나 증가한 107만9천여t의 식량을 지원받았다.

에티오피아 다음으로 많은 식량 피원조국이었다.

이런 다급한 사정의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쌀 지원이 대폭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지원을 당연시하게 생각하던 남쪽으로부터의 지원이 중단됨으로써 이를 예상치 못했던 북한 내부의 당혹스러움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는 지난해 50만t을 비롯해 해마다 북한 식량난 타개에 결정적 도움을 줘왔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우리와 함께 최대의 대북 식량공여국이던 중국의 올 1.4분기 지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 발사에 따른 강경 여론으로 미국, 일본 등에서의 식량 원조는 기대조차 힘들게 됐다.

미국은 지난해 2만8천t, 일본은 4만8천t의 식량을 지원했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 대신 개발지원을 요구함에 따라 중단됐던 국제기구의 지원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해마다 20만∼30만t의 식량을 지원하던 WFP의 경우 지원규모를 15만t으로 줄이기로 하고 현재 대북 협상중인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중순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 내에 큰 수해까지 발생했다.

WFP는 “3만ha의 농경지가 침수, 유실, 매몰됨에 따라 10만t 가량의 식량 피해를 입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의 낙후된 조사·보고 체계를 감안할 때 이런 피해 추정도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다.

특히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도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까지는 북한이 지난해 추수한 식량과 올 봄 거둬들인 수확물로 연명해 가겠지만,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정세가 풀리지 않을 경우 올 겨울부터 본격적인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사일 발사 등 최근 일련의 군부주도 강경 행보 및 이에 따른 외부의 지원 중단·감소를 북한 농업당국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식량수급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영훈 국제농업연구센터 북한팀장은 “북한은 항상 9월부터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지원 식량의 가치도 그때 발휘하기 시작한다”면서 “식량사정이 곧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 당국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농업당국은 당연히 작년 수준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올해 수급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면서 “수확은 줄고, 대책은 안 세워둔데다가 외부 지원도 안 들어오면서 상당히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대량의 아사자가 생기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뒤 차츰 식량사정이 좋아져 지난 2003년 이후 자체적으로 매년 400만t이 넘는 식량을 생산해 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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