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지원-反美바람 조성이 목적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1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어떤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며 어떠한 합의점이 도출될 것인가.

◆ 대표단 명단

남한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박병원 재경부차관, 배종신 문화부 차관, 김천식 통일부 국장, 한기범 통일부 국장이 대표로 참석한다.

북한은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를 단장으로,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신병철 내각 참사,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대표로 참석한다.

◆ 예상 의제

20일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남북현안을 논의하고 추진하면서 하위급 회담 등의 일정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회담의 기본임무는 “남북관계 정상화가 목표”라고 했다.

구체적인 의제로는 ▲북핵문제 ▲대북 비료지원문제 ▲이산가족상봉 ▲장성급회담 ▲북관대첩비 반환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다.

◆ 합의사항 예측

예상 의제를 크게 ‘북핵문제’와 ‘북핵문제 이외의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북핵문제 이외의 문제’는 북한으로서 크게 손해볼 것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비료15만 톤을 추가지원 해줄 것을 18일 전통문을 통해 요청했다. 북한은 지난 5월 16~19일 개성에서 개최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차관급회담)의 결과로 이미 20만 톤의 비료를 지원받고 있다.

20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6.15민족통일대축전과 정동영-김정일 회동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예방한 자리에서 “30만톤 규모의 비료지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30~35만 톤 규모로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상봉은 정-김 회동에서 정장관이 화상을 통한 이산가족만남 등을 제안하였으며 김정일이 여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김정일의 스타일에 딱 어울리는 제안이다. 이산가족상봉의 예상 날짜인 8월 15일까지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일부 직접만남, 일부 화상만남 등의 형식으로 화려하게 실현될 것이다.

장성급회담은 일정만 합의하면 되기 때문에 역시 어려움없이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북관대첩비 반환문제도 마찬가지다.

◆ 북핵문제 어떻게 논의될까

세계의 관심사항은 북핵문제다. 북핵문제는 2002년 10월의 8차 장관급회담부터 줄곧 의제로 제출되었던 사안이다. 그 동안의 합의내용을 보면 이번 회담의 합의결과도 예측이 가능하다.

8차 장관급회담때 남측이 북핵문제를 제기하자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탓으로 돌렸다. 공동보도문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한다”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합의되었다. 북한은 아예 남한을 북핵문제의 대화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다.

9차(2003년 1월), 10차(2003년 4월), 11차(2003년 7월) 회담 때도 다를 바가 없었다. 오죽 했으면 11차 회담 때 북한이 남한에게 미국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남한 정부가 “핵문제가 북미간 문제이므로 남북대화에서 논의 자체를 회피하던 기존 태도가 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을까.

12차회담(2003년 10월)부터 북한은 반북단체 해체, 비전향장기수 송환, 탈북자들의 인터넷방송 중지 등을 요구하며 북핵문제 제기에 역공을 취하는 방식을 취했다. 남한에 대통령 탄핵정국이 일어나자 ‘정국 불안’이라는 이유로 각종 실무회담의 장소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정-김간에 불필요한 논쟁과 대결은 피해가자고 했으니 사소한 문제를 시비하며 회담 일정을 연기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 대표단은 북핵문제에 있어 지난 8~11차 회담 때처럼 미국의 북한체제보장 및 남한이 미국에 설득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정도의 원론적 합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를 유난히 더 강조할 것이다. 상당히 진전되어봤자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이 예상된다. 남측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날짜까지 받아내려고 노력하겠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복귀날짜 발표는 6자 회담 중재국인 중국과 논의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 향후 전망

전반적으로 회담은 화기애애할 것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료를 추가 지원받고 8월 15일까지 민족공조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북한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성실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남한의 물자지원 목적이 달성되고 남한 여론을 어느 정도 흔들어놓았다고 판단되는 9월 이후에는 어떠한 반전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북한의 근본목적은 8월 15일까지 남한으로부터 최대한 경제지원을 받고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 전략을 통해 남한 내부를 반미친북 분위기로 만들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