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난에 김일성 생일행사도 차분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로 일컫는 김일성 주석의 96회 생일(4.15)을 맞아 각종 행사가 다소 침체 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작년에는 김일성 생일날에 맞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8월부터 공연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1982년 4월 김 주석의 70회 생일 때부터 매년 외국의 예술공연단체를 초청해 벌여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올해부터는 격년제로 실시키로 하고 국내행사로 ‘제1차 태양절기념 전국예술축전’을 개최했다.

외국에서 예술단체를 초청하면 항공료, 체류비용 등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외화사용을 절감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평양의 각급 공연장에서는 문화공연이 열렸고 30여 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는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와, 영화제인 ‘영화상영순간(旬間)’이 개막됐지만 과거의 축제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 주석의 생일을 맞는 북한의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가 5주년, 10주년 등 이른바 정주년이 아니라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작년 사상 최악의 수해로 인한 식량사정 악화 등 전반적인 경제난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남쪽에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예전과 같은 남측의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현실을 무시하고 화려한 외양의 행사들을 치르기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외화를 지출해 외국인들을 불러서 행사를 치르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보여주기 식 행사는 점차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관련된 행사가 조금씩 축소되면서 결국 초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옮겨가기 위한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내놓고 있다.

올해 김정일 위원장의 국방위원장 추대 15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가진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생일행사 보고 내용에서 경제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 중의 하나이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4일 김 주석 생일기념 중앙보고대회 보고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이 김 주석의 “한평생의 뜻”이었다며 김 주석의 출생 100돌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김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는 2012년을 ‘강성대국 달성의 해’로 설정하고 모든 주민들이 ‘총돌격전’을 벌일 것을 촉구해 왔다.

특히 북한이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내세운 가운데 이번 김 주석의 생일을 맞아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과 대중음식점인 청류관, 대동문영화관 등을 개건.준공한 것도 눈에 띈다.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설들을 기념일에 맞춰 준공함으로써 국가의 국정목표가 허언이 아님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행사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현재의 어려움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각종 정치적 기념일에 정치적 상징물들이 준공됐지만 앞으로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