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군사지원 못 받자 비핵화에 무성의”

김정일이 9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방중하면서 6자회담 재개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북중정상회담 결과 양국이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6자회담 조기 재개가 어렵지 않겠냐는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26일 중국 신화통신에 의하면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관련국들이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며 서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비핵화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중국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관련국 특히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 입장과 대화 가능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김정일이 ‘남북관계 개선이 성의를 보여왔다’고 말한 대목은 중국이 ‘先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한미 입장을 수용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중에서 경제뿐 아니라 비핵화 관련 문제해결 측면에서 (북중간) 약간의 이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정일이 최근 한미와 중국간 협의한 비핵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방안(남북대화→미북접촉→6자 재개)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북한도 3단계 방안을 수용한 만큼 이와 관련 양국간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실제 북중정상회담 당시 북한쪽 배석자는 북핵 외교의 핵심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 중국관계를 담당하는 김영일 국제비서, 6자회담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으로 북핵문제를 다루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중국의 압박에 대비한 배수진을 친 셈이다.


대북 소식통은 “핵문제와 6자회담과 관련해서 중국의 요구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일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강석주나 김계관을 정상회담에 배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국이 현안 문제에 대한 각각의 기대수준이 달라 현안 문제 해결 관련 조율이 덜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통 큰 투자·지원을 기대했던 김정일이 황금평 개발 등에 대한 대북 투자가 미흡하자 중국의 진전 조치 요구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중국이 김정일의 군사지원 요구를 거절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북중 관계는 경제적 관계보다 군사안보 관계가 강하다”면서 “이번에 중국이 김정일의 전투기, 전폭기 등 군사적 지원 요청을 거절해 김정일로서는 이번 방중의 성과를 미비하다고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방중 때도 김정일은 젠훙(殲轟)-7(JH-7) 전폭기 30대 등 최신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도 “기대했던 만큼의 대북 투자 등 경제·군사적 지원 약속을 받지 못하면서 이 불똥이 남북관계와 비핵화에 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미 당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이번 김정일의 방중과 관련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짤막히 논평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우선적인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며 “북한은 도발을 중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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