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개혁 가능론과 불가능론 대립

“북한의 경제개혁은 지도부의 자발적으로 도입한 게 아니라 굶어죽지 않기 위한 밑으로부터 생긴 시장을 지도부가 억지로 막으려다 실패하고 마지못해 뒤따라 간 것이다”는 데까지는 모두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북 대응 방향과 전망에 대해선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입장이 “계속 개혁의 동기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과 “소용없거나 후퇴시킨다”는 것으로 갈린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결국은 핵문제를 포함해 북한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방법론의 차이, 한.미 정부간 대북 접근 방식의 차이와도 직결된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북한의 경제개혁이 김 위원장의 자발적인 개혁이 아니라는 데는 인식이 일치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밑으로부터 압력 때문에 북한이 개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만큼 앞으로도 그런 틈을 계속 크게 만들어 되돌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미국 정부는 북한 지도부가 옛 체제로 돌아갈 생각을 버리지 않고 한.중의 지원을 정권 강화에 이용하려 한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세미나와 지난 7일 미 의회 부설 평화연구소(USIP) 주최 세미나에선, 최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새삼 주목받는 북한 경제개혁 문제에 관해 다루면서 두 갈래 인식과 정책이 대립했다.

▲“北개혁은 아래로부터 강요된 것” = ’불변’의 북한 이미지와 달리 북한 사회는 1990년대 대기근을 지내오면서 상전벽해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헤이즐 스미스 영국 워윅대 교수는 7일 세미나와 최근 발간한 저서 ’평화를 갈구하는 굶주림(Hunger for Peace)에서 주장했다.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사무소 고문으로 2년간 북한에 살기도 했던 그는 기근 때 물물교환 등을 위해 생긴 시장을 중앙정부에선 계속 철폐하려 했으나, 지방 당간부와 심지어 보위부 관리들까지 살아남기 위한 경제 수단으로 시장을 옹호함으로써 기근이 북한의 시장경제화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북한경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도 말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을 말했다”고 공감했다.

북한 중앙정부 지도부가 시장을 도입한 게 아니라 이를 없애려다 실패했고, 이러한 변화를 수용한 2002년 경제 개혁조치는 따라서 마지못해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지원해야 한다” = 스미스 교수는 오늘날 북한에서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힘은 “국가와의 관계보다 시장과의 관계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시장화에 저항하면서 명령경제를 복원하려는 구세대는 한국과 중국의 지원을 이용해 북한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밑의 젊은 기술관료들은 한국의 성취에 경탄하면서 경제 근대화없이는 체제의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근대화론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선 “이 점에서 적절한(modest) 투자를 통해 북한에서 태동단계인 시민사회를 지원하고 북한을 외부세계로 끌어내려는 한국정부의 접근 방식이 가장 타당하다”고 말했다.

13일 KEI 세미나에선 미 재무부 동아시아 담당 부국장을 지낸 앨버트 카이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이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을 위해 한국이 북한에 대해 “중국의 경제개혁.개방에 홍콩이 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대북 외국인직접투자 연결망과 이 투자 생산물의 판매시장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중국의 개방 결정도 스스로 내린 게 아니라 “중국을 봉쇄해온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의 개방.개혁에 대해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지원해도 소용없다” = 놀랜드 연구원은 KEI 세미나에서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을 본받으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개혁은 “계획된, 능동적인,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것”이었으나, 북한의 경우 시장경제화가 지방단위에서 계획없이 아래로부터 강요된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혼돈스럽고 의도하지 않은 과정”이라고 대비했다.

북한은 또 정책 기획.수립 능력이 붕괴 상태여서 중국식 ’계획에 의한 시장’은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경우 농업이 노동집약적이어서 단순한 유인책만 제공해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으나, 북한 농업은 산업분야의 기술요소 투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에서와 같은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중국의 대북 재정지원은 북한 정부의 개혁에 대한 관심을 줄임으로써 개혁을 촉진하기보다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이래, 혹은 2000년대 이래 북한 정부는 경제개혁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며 앞으로도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도움으로 소소한 경제자유화 정책을 취하면서 비틀대며 나아가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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