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수로 보상 요구’ 배경과 전망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함경남도 신포의 경수로 건설사업의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보상’ 요구를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태도가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이 1994년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문에는 일방에 의한 합의 불이행을 전제로 한 보상규정이 담겨져 있지 않다.

따라서 외무성 대변인이 보상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이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경제적 보상을 강조했지만 이번 외무성의 언급이 결국 미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일단 북한은 “미국이 기본합의문을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고 주장함으로써 경수로가 지어지지 못한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도 정치적 명분쌓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앞으로 열리는 6자회담에서 미국에 대한 공세가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26일 경수로 건설사업 종료와 관련, “6자회담 위에 또다시 검은 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9.19 공동성명 합의 이후 북한이 선(先) 경수로 제공을 요구함으로써 북.미 간의 입장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경수로 제공시점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무성 대변인이 “제반사실은 조.미 사이에 신뢰조성의 물리적 기초인 경수로 제공문제와 핵계획 포기시점을 동시행동원칙에서 맞물리게 하자는 우리의 요구가 천 만번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 것도 결국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핵폐기와 경수로 제공의 시점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전제로 경수로 제공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만큼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은 미국에 대해 말로만 ’주권국가’를 떠들지 말고 경수로 제공이라는 실체를 통해 주권인정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 내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양측의 간극을 200만㎾ 전력 대북 송전방안을 골자로 하는 ’중대제안’을 통해 메우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6자회담 성공의 변수가 북.미 간 신뢰에 있다는 점에서 성공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한편 북한은 최근 전기석탄공업부문 일꾼대회를 열고 전력증산을 촉구, 전력문제의 자체적인 해결에 주력하는 등 경수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김성일 전기석탄공업성 부국장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사실 경수로를 안준다고 해서 우리가 못산다는 것은 아니다”며 “2000년대 들어 화력발전소 설비의 기술개건을 적극 내밀어 ’고난의 행군’ 당시에 비해 1.5배로 능력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미국의 책임론을 더욱 거세게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조속히 2단계 5차 회담을 열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 등으로 6자회담의 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경수로 종료 결정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의 조기개최를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