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수로ㆍ흑연감속로 투명성 강조 주목

북한이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제5차 6자회담을 앞두고 경수로 가동과 관련, 제3국이 사용후 연료봉 처리를 맡도록 함으로써 핵무기 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이는 경수로 제공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6자회담 참가국들을 겨냥한 것으로 평화적 핵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대북통으로, 최근 방북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경수로 문제와 관련해 연료제공과 함께 연료주기의 마지막 단계에 참가하는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3국이 사용후 연료봉을 처리토록 한다는 것은 북한이 그 추출물인 플루토늄에 손대지 않겠다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핵무기 전용 의혹을 아예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용후 연료봉 처리를 3국에 맡기겠다는 북한의 의지표명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핵관리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제스처와도 일맥 상통하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이 필요하다면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과 관련자들을 적절한 시기에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 북핵전문가는 “IAEA 관계자를 초청해 핵관리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NPT 복귀 전에라도 영변 흑연감속로의 투명성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의미로 비친다”고 풀이했다.

`9.19 공동성명 채택’ 이후 경수로 제공시점과 관련, 북한은 핵폐기 이전에 경수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와 IAEA 안전조치 이행 등을 통해 신뢰를 확보한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리처드슨 지사의 방북에 동행했던 미측 핵관련 전문가인 토니 남궁 박사는 “북한은 경수로 제공과 관련해 4차회담 종결후 `적절한 시기’는 지금이라고 천명했으나 며칠후 북한의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가 이보다 한발짝 양보해 `최대한 빠른 시기’라고 했으며 지금은 이보다 좀 더 유연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6.25 전쟁 당시 실종미군의 유해 반환을 위한 회담에 응할 수 있다고 밝히는 한편으로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서도 납치자 1명의 DNA 분석결과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은 실종미군 유해 회수는 인도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일본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납치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을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북측의 이런 제안에 미일 양국이 호응할 경우 5차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이같은 제안은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어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5차회담 사전협의차 18∼20일 방북했던 중국의 6자회담 실무진인 리 빈(李 濱) 한반도 담당대사에게도 이같은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보이며 리 대사는 이를 미측에 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리 대사는 24~25일 미 국무부의 `태평양 지역 공관장회의’에 참석차 하와이를 방문하는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를 찾아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어서 미측의 반응이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