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결혼식에 헌 신발만 신고 가는 이유는…

4월을 일주일여 앞두고 주위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우편함에는 결혼식에 초대하는 청첩장이 쌓여간다. 이맘 때 쯤엔 북한에도 결혼식이 많아진다. 그러나 결혼식 풍경은 남한과 많이 다르다.

북한에서 결혼식은 신랑, 신부 집에서 하루 차이로 따로 따로 진행한다. 대부분 예식장을 이용하는 이곳과는 차이가 있다. 평양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예식장을 통해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곳 하객들은 대부분 정장 차림으로 예식장을 찾지만 북한의 결혼식 하객들은 대체로 평상복 차림으로 식장을 찾는다 . 북한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신발이다 .

좋은 신발이 없어서 걱정이라기 보다는 좋은 신발을 잃어버릴까 걱정하게 된다. 가정집에서 하는 결혼식이 대부분이라 신발을 밖에 벗고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객이 벗고 들어간 신발이 조금이라도 좋아 보이면 100% 분실된다. 잔치집에 가면 얼큰하게 취해 신발이 바뀐지도 모르고, 워낙 신발 개수가 많아 좋은 신발은 눈에 띄어 누가 신고 갔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사람들은 결혼잔치에 좋은 신발을 신고 가지 않는 습관이 있다. 잔치집에 낡은 신발을 신기가 뭐하다며 격식을 차렸다가는 실속도 못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술 몇잔에 좋은 신발을 잃어버리면 여간 손해가 아니다.

낡은 운동화나 슬리퍼 같이 버려도 아깝지 않은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혼잔치에 당이나 행정간부들이 오면 그들의 구두를 따로 보관해야한다. 분실되면 서로가 입장이 곤란한 데다 주인이 보상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결혼잔치를 하는 신랑, 신부 측에서도 하객들이 헌 신발을 신고 올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필자도 북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의 결혼잔치에 낡은 신발을 신고 가기가 쑥스러워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운동화를 신고 참가한 적이 있다. 그날 새 운동화를 잃어버렸다.

그 후에는 무조건 낡은 신발을 신고 결혼식에 가는 스스로의 약속을 꼭 지켰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들에게도 가끔 나타나곤 한다.

실제 하나원 정착교육을 할 때 탈북자들이 이곳 결혼식에 가끔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으로 가는데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강사는 우리 탈북자들에게 특별히 신신당부를 했다.

그 강사분이 겪은 일은 이랬다. 평소에 잘 아는 탈북자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청되어 참석했는데,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온 몇몇 하객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나이도 삼십대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왜 저러나 했는데, 모두 탈북자라는 것이었다. 왜 저렇게 입고 오느냐고 곁에 있는 탈북자에게 물으니, 북한에서 습관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곳 결혼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으로 인한 ‘큰 실수’는 다른 하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게 되고 탈북자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충고를 새길만 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도 탈북자들이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 예의와 격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 몸에 익혀진 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차이에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북한 주민들만의 사연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한의 결혼잔치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신발 때문에 고민하며 조금 부끄럽지만 낡은 신발을 신고 결혼식에 가고 있다. 결코 웃고만 넘어 갈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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