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일가족 5명을 탈북 혐의로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고 협력자를 사형에 처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한국행을 시도하다 붙잡힌 탈북자들에 대해 북한은 정식 재판에 회부해 7~15년 형을 선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형벌 수위를 훨씬 높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보위부와 보안서에서 진행 중인 ’50일 전투’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의 희생자는 양강도 혜산시 혜탄동 17반에서 살던 정대성(35) 씨와 그의 일가족 4명, 이들의 탈북을 도운 친구 일가족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초 어머니와 처, 그리고 세 살된 딸과 일곱 살된 아들을 데리고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바이현(長白)으로 탈북했다. 이후 한국행을 목적으로 제3국으로 향하던 중 지난해 8월 네이멍구 자치주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이송됐다.
북한 당국은 체포된 정 씨와 그의 처 이옥금(32)을 양강도 보위부 감옥에 구속하고 63세 된 그의 어머니와 자식들은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한 정 씨의 자백을 통해 그의 탈북에 협조했던 친구 송광철(36살, 혜산시 혜탄동 거주) 씨를 체포했다. 송 씨는 도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은 이후 집에 처단장(처형 사실을 가족에게 확인해주는 알림장)이 발부돼 사형에 처해진 것이 확인됐다.
정 씨와 아내의 행방이 묘연해진 가운데 양강도 보위부는 16일 오후 2대의 자동차를 동원해 정 씨의 가족과 송 씨의 가족들을 모두 차에 싣고 사라졌다.
정 씨 가족들은 도 보안국 죄수 호송차에 실려 갔고, 송 씨 가족들은 혜산광산 ‘동방호’ 트럭에 실려갔다. 이후 정 씨와 일가족은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고 처형된 송 씨의 가족들은 갑산군 추풍리로 추방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과 관련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정대성과 일가족 4명은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다”면서 “송대성은 가족들이 추방되기 며칠 전에 집에 ‘처단장’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998년부터 비공개로 처형한 사람들에 한해 최고 검찰소에서 가족들에게 ‘처단장’을 발부하고 있다. 그러나 시신은 가족들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소식통은 “대개 탈북자들의 경우 한국행을 택하더라도 재판을 받고 7~15년 형에 처했고 가족들은 경중에 따라 추방을 하든지 그대로 두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사형에 처하거나 재판도 없이 모두 수용소로 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부터 보위부와 보안서들에서 사회기강 확립을 위한 ’50일 전투’에 들어가면서 ‘남조선과 연결된 사람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총살한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그런 의미에서 ‘시범’을 보여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위는 지난 1월 2일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허물어보려는 온갖 적대분자들의 책동을 철저히 소탕할 데 대하여’를 각 도, 시, 군 보위부와 보안서들에 내려 보내면서 자본주의, 비사회주의 현상들을 소탕하기 위한 ’50일 전투’를 진행할 것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