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혁개방 이끌어야 개성공단도 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성화물산 내 북한 노동자 ⓒ데일리NK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 여부와 관련,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설치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에 따라 추후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미국은 아직까지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개성공단 제품은 FTA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미국측의 원칙에서 조건부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관련단체는 일단 이번 협상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북한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선결과제가 남아있지만,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국제적 여건상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돼 수출여건이 대폭 좋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반적 원산지 판정기준에 의하면 대부분 개성공단 제품의 해외수출시 ‘북한산’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대적성국 교역법 등에 따라 제한을 받아온 점을 볼 때 여전히 원산지 한국산 인정 문제는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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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에 대해 “개성공단 기업들은 사실상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국내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의 이임동 부장은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 여부는 수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에서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며 “기업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기관 충남대 교수도 “중소기업 위주의 개성공단 기업들의 수출량 증대를 위해 반드시 미국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신장이라는 미국의 선결조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각종 현안문제 갈 길 멀다= 올해로 4년째 접어드는 개성공단 사업은 한국산 인정 문제 외에도 각종 현안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2004년 6월 남북 경추위에서 남측 기술자 北 장기체류를 제의

핵심적인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안은 개성공단을 방문하거나 장기체류 시 지불해야 할 수수료 문제다.

지난달 25일 남북은 개성공단 방문시 북한으로부터 발급받던 초청장 대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관리위)가 발급하는 출입증을 받아 개성공단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출입증 발급 및 체류 및 거주 등록시 일정한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측이 행정 소요비용을 훨씬 넘는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있다. 남북은 그 수준에 대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철 대표는 “현재 북한이 수수료 명목으로 방북비자를 발급받는데 드는 50달러를 한참 넘어서는 액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 장기체류자에 대해 인지세가 가장 높은 나라인 베트남(160달러 정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럴 경우 결과적으로 체류비 또는 거주비 명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정부가 협상을 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입주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임동 부장도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의 근로자를 상근시키는 기업에게 간접비용이 너무 커 개성공단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입주기업이 납득할 만한 범위에서 금액을 합의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북한이 요구수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조영기 박사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제어하기 위한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조 박사는 “북한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북한이 요구하는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젠 정말 개혁개방 이끌 때= 이들은 개성공단이 북한 개혁개방의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현재 개성공단은 큰 틀에서 개방과 변화의 시작일 수 있겠지만 근본 취지인 북한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근본 목적이나 취지를 달성하는데 제한이 있다”면서 “우선 개성공단 내에서조차 남북한 근로자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남한측 근로자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직장장 단 한사람뿐이다. 직장장 이외의 북한 노동자들은 남측의 근로자들과는 접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개성공단 내에서라도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쪽으로 개성공단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무·인사관리의 자율성 확보와도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남북한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해진다면 북한은 노무관리를, 남한은 경영이라는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입주기업들이 북한측에서 공급해주는 노동자만 고용해야 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기업에 인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부장은 “우리가 직접 노동자들을 골라 고용할 수 있다면 사원에 대한 인센티브나 상벌을 부여할 수 있게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기업들이 북한에서 노동자를 공개모집해 각 기업에 가장 접합한 노동자를 경쟁적으로 선발하는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며 “강력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퇴출시키는 조치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2월 있었던 개성공단 현지 민간 토론회 ⓒ데일리NK

윤 교수는 “북한 당국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이는 시장경제의 기본을 심어주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시장경제논리를 개성공단에도 적극 적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경제를 학습하게 한다는 근본취지에서 볼 때 아직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 주민들 모두에게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규철 대표는 “현재 개성공단 사업은 개성공업지구 지도총국에서 관할하고 있다”며 “사업 창구의 단일화로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이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사업의 창구역할을 한국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는 남한처럼 변화해, 그 폐해와 역기능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민간기업이 육성되고 북한측에서도 다양한 통로로 개성공단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조영기 박사는 지금은 개성공단이 북한 개혁개방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잘 수행해가고 있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조 박사는 “왜 우리 근로자들이 왜 북한에 가있는지 그 이유부터 얘기해 봐야한다”며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을 개혁개방 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