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혁개방 유도로 통일 비용 절감할 것”






▲9일 데일리NK가 주최한 ‘통일세 및 북한 재건 관련 전문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左),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대표(中),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右). /김봉섭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 도입을 제안한 뒤 1년이 지났다. 이 대통령의 제안 이후 통일부를 중심으로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TF는 현장여론조사, 정책연구 등을 통해 통일재원의 조성규모, 조성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대다수 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통일세’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예상되는 것과 더불어 정치권 일각에서도 통일세 논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70% 정도가 통일세를 논의하는 것이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2월 여론조사 결과)으로 나타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세 등 통일전략 논의에 대한 공감대는 높은 편이다. 남북간 분단상황이라는 현실을 외면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조만간 통일세와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데일리NK는 9일 ‘통일세 및 북한 재건’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대표의 사회로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임강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정부의 통일세 논의가 국민적 합의와 설득 없이 성급하게 제시됐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현재 통일세 논의가 준비없이 제시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김봉섭 기자
조 교수는 “구체적인 준비에 기초해 통일세 논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 조성의 일환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통일세를 언급하기 전에 ‘현 시점에서의 통일세 논의 이유’, ‘통일이 가져올 혜택’ 등을 먼저 말했어야 했다. 이어서 ‘하지만 통일은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정부가 우선 마련하겠지만 국민들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남북화해협력이 이뤄지는 국면에서 북한 재건기금, 남북화해 협력세, 경제재건 협력세 등 다양한 이름으로 통일 재원 마련을 해나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세를 걷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도 “일반 국민들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통일의 먼 미래로 여기기 때문에 통일세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전문가들도 통일세 논의는 공감하지만 통일세 논의 과정이나 방안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통일세 논의 프로세스를 제시하면서 인위적으로 통일세 논의를 주도해 나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통일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5년, 10년, 20년 후의 통일을 위한 통일세 논의는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통일시 경제적 혼란 극복할 수 있는 통일역량 키워야”


또한 전문가들은 통일 재원 마련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통일 전략에 대한 준비와 이를 위한 역량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통일이 될 경우 정치·경제적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통일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봉섭 기자

조 교수는 “정부는 통일세와 관련해 ‘통일 비용’이라는 숫자만 따지기에 급급한 측면이 있다”면서 “통일세 논의는 통일 비용을 최소화하고 통일 편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통일·외교정책, 국내외 경제정책 등 포괄적으로 통일 전략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 기금 마련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이 언제 되더라도 통일 재원 조달에 크게 무리가 없도록 우리 경제를 질적·양적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연구위원도 “통일은 경험해 보지 못한 험한 도전이 될 것이다. 위기 요소에 대해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통일을 위한 역량 강화라는 큰 틀에서 통일세도 논의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남한 내 보이지 않는 정서적인 갈등이나 분단 상황에서 연유되는 소모적인 분쟁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통일은 남북한의 잠재력과 통합력을 키움으로써 장기적으로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비용 과대…편익 고려하면 비용 대폭 감소”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통일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된 면이 있다며 북한 재건 시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를 활용하면 통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대표. /김봉섭 기자

손 대표는 “한국의 통일비용이 6천조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 한국이 북한에 식량과 생필품등을 2년 정도 지원한 다음, 제대로 된 남북경제협력으로 통일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통일비용 규모 자체가 고무줄이다. 사실 구체적으로 결정이 되지 않은 금액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통일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그러한 상황에 어떠한 방식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통일 비용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데 획일적으로 한 두가지 상황에 구체적인 숫자를 맞추려다 보니 통일 비용도 막연해지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도 “실제 통일비용을 과대 추정하고 있다. 통일 비용이 발생함으로써 얻는 통일 이익, 즉 편익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순수 비용이 아닌 총 비용만 추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지역의 발전을 위한 비용은 언젠가는 이익으로 돌아올 투자라고 볼 수 있다”며 “단적인 예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물류비가 싸지고 결국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통일 비용은 유한한 반면 편익은 무한하다”며 ▲내수 시장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 달성 ▲7천조의 가치에 달하는 북한 지하자원 활용 ▲중국과의 무역 확대 ▲인구 확대로 인한 국력 증대 등의 편익이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전쟁 위협 해소 ▲통일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져 해외 수출 증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장과 자유, 민주화 등의 비경제적 편익도 있다고 부연했다.


“北 개혁개방 유도로 통일 비용 줄여야”


전문가들은 통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북한이 개혁개방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통일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도 “근본적인 통일 준비는 한국 내부에서 탄탄히 해야겠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통일 사례와 관련 임 연구위원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복지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독일 통일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통일 편익 등을 생각하면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도 통일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도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복지비용이 과도하게 든 이유는 서독의 복지정책을 그대로 동독에 적용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도 각종 복지 혜택이 있는데 이러한 복지 정책을 북한에 어느 정도 적용할 지에 대한 논의와 이에 앞서 한국 사회보장제도에서 낭비되는 돈은 없는지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