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개정한 새 헌법은 ‘공산주의’ 목표 지향을 포기하고 ‘선군’을 지도사상화하겠다는 내용과 국방위원장을 모든 권력의 정점으로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북한 새 헌법 전문에 따르면 제1장 ‘정치분야’에서는 공산주의를 삭제하고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개정해 ‘선군사상’이 북한을 이끌어 가는 핵심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공화국의 주권을 과거 ‘노동자·농민·근로인테리’에서 ‘군인’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는 군(軍)을 통치의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국가의 근간이 군(軍)에 있음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의미로 해석된다. 선군사상은 북한이 90년대 중반 식량·경제난 등 ‘고난의 행군’ 시기 때 등장한 구호로 새 헌법에 명시한 것은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위원장은 ‘최고영도자’라고 표현했고,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즉 북한은 ‘선군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군인이 주권의 주체이며 국방위원장이 이 모든 권한의 정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상 북한은 군이 지배하는 국가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공포한 것이다.
국방위원장의 임무와 권한에 대해서는 ▲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국방위원회 사업 직접지도 ▲국방부문 중요간부 임명 및 해임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 조약에 대한 비준 또는 폐기 ▲특사권 행사 ▲국가의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을 선포 등으로 규정했다.
한 북한출신 대북전문가는 북한의 헌법 개정 내용과 관련 “북한이라는 국가는 군(軍)에 근간을 둔 국가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프로파간다(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외적인 메시지 차원으로 해석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헌법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선군사상에 기초해 국방위원회가 통치한다는 점을 내세운 것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헌법개정에 때맞춰 이뤄지고 있는 후계 승계와의 연관성에 대해 “북한의 후계구도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당 군사위원회 위원, 국방위원회 국방위원 등의 단계적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것”으로 “조직지도부를 장악하는 게 사실상 통치로 이번 헌법개정과 후계작업과는 관련성이 적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도 “북한 주민들에게 헌법 내용을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주민들에게는 이미 주체사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강성대국, 선군정치라는 표현만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내부에서는 90년대부터 공산주의라는 표현은 내부 강연집 등에서 사용되지 않았으며 주민들에게 공산주의라고 외쳐봐야 남의 나라 얘기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북한은 강성대국에 대해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시일 내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선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헌법 개정 내용에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며 ‘인권존중’이란 표현을 추가한 것과 관련 “정상적인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회 권한 강화는 김정일의 지시가 헌법, 당, 내각 등 모든 기관과 법률의 상위개념으로 통치하는 북한사회의 특성상 김정일 생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조치”라며 “김정일 이후 시대, 즉 후계자의 권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