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인집 매대 단속 예고…의도대로 흘러갈 수 있나?



▲ 지난해 4월,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 내부 모습./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그동안 별다른 통제 없이 공공연하게 진행됐던 개인집 장사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직까지 벌금을 물리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주민 살림집을 돌면서 “4월 초까지 당국이 개설한 ‘공식 종합시장’에 나와 장사를 하지 않으면 강력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물건을 판매하는 개인집 통제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우선 관리·통제의 범위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全) 국토의 시장화 추세에 맞게 점점 확산되는 개인집 장사 행위를 막지 못한다면 주민 장악력에 흠집이 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는 시장 근처에서 진행되는 메뚜기 장사(골목장사, 판매대가 없는 장사꾼) 및 ‘막 매대’(포장마차) 허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노점 형태의 장사는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보안원이나 시장관리소의 단속을 받고 있고, 20~30개의 노점상들이 아파트 근처 등 거점을 잡는 경우로 발전되어 가고 있지만 이 또한 해당 보안원(경찰)들에게 완벽히 장악당한 지 오래라고 한다.

개인집에서의 장사 행위를 이 시점에서 통제하지 않는다면 ‘너도나도 개인집서 장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시장에 나가지 않고 가정집 매대에서 물건을 파는 주민들이 많아져 시장 매대가 갈수록 비는 현상이 발생하자, 서둘러 조치를 취했다는 관측이다.

최근 북한 당국이 시장마다 가격표를 써붙이고 가격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개인집 매대에서의 가격까지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한 개인집 매대에서 개인 간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소문 차단도 고려했을 수 있다. 물론 북한 당국이 현재 436개(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 추정, 자유아시아방송(RFA) 3월 16일 보도)까지 늘어난 시장에서 퍼지는 각종 정보도 차단하기 쉽지 않겠지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체제 아킬레스건을 거론하는 문제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 보인다.

이를테면 김정남 피살 사건과 남조선(한국) 대통령 탄핵 문제 등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면 체제 안정화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특히 강력한 대북 제재로 통치자금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돈’ 문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시장을 통해 막대한 장세를 벌어왔다는 점에서 개인집 장사 방치는 통치 자금 축소를 방치하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매대 상인들이 시장관리소에 바치는 세금은 1일 북한 돈 500~1500원이라고 한다. 판매 품목의 가격이 비싸면 시장사용료도 높아지는데, 보통 북한 돈 1000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시장이 400개, 보통 하나의 시장에서 1500개 정도의 매대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총 매대는 60만 개이고,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하루에 장세만으로 6억 원을 벌어들인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재 북한 시장환율(1달러는 북한 돈 8000원)로 따지면, 7만 5000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다.

또한 이 자금은 시장 관리소 관리원이나 보안원 등 중하급 간부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월급을 따로 주지 않고도 충성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김정은 체제에서의 장세는 이처럼 경제적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중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개인집 장사 통제는 북한 시장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이번 조치는 그동안 당국이 취했던 조치와 모순된다. 내치(內治) 명분으로 주민들의 개인집 매대를 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사실 북한 당국은 인허가 비용 및 월(月) 할당금을 바친다는 조건으로 개인 공장 설립을 독려해 왔었다.   

또한 북한에서 강화되고 있는 ‘전국(全國) 시장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당국의 암묵적인 시장활동 허용으로 인해 물건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시장’이 됐다. 일례로 올해 김정일 생일(2·16)을 맞아 관련 행사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시장 문을 열지 않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메뚜기 장사는 성행하는 등 주민들의 시장 활동은 큰 지장이 초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장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거주 지역 시장에 없는 물건을 사야 할 경우 주민들은 타 지역 큰 시장까지 가야 했지만 요즘엔 물건이 필요한 고객이 장사꾼을 통해 물건을 배달받는 식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간부들이 귀국길에 한국 제품을 구입해 들여와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장사꾼들에게 넘기면 장사꾼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형식도 등장했다.

때문에 공식적 시장을 부흥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치한 ‘개인집 매대 통제’는 반쪽짜리 조치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주민들이 집에서 제과류, 의류 등 공산품을 생산하고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시장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의 정책은 주민들 욕구와는 점점 동떨어진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개인집 매대 단속 예고는 단순히 단속 강화 차원을 넘어서 시장을 둘러싼 김정은과 주민 간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