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 “제재완화 적극적 역할 주문한 것”

北, 22일 오전 우리 측에 일방 철수 통보…통일부 "조속한 복귀 바란다" 유감 표명

남북이 오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업무를 개시한다. 사진은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전경. /사진=통일부 제공

북측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했다. 북측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철수 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출이자, 제재완화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북측은 오늘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측 인원들은 이 같은 통보 이후 전원 철수했고, 현재 잔류인원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측은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면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연락사무소 철수 배경이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조성된 북미관계 경색 분위기와 이에 따른 영향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은 하노이 결렬 이후에 미국의 처사와 한국이 미국을 잘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사표시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남북교역이나 경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더 잘 되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나 북미 간 협상을 잘 이어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고, 그 가운데에서 한국이 조금 더 역할을 했으면 하는 일종의 주문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 의도와 관련, “미북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 위한 차원이며, 특히 남북경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을 설득하라는 직접적인 요구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오 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이 목표로 하는 건 제재 완화가 아니겠느냐”라며 “큰 틀에서 보면 이번 북한의 결정은 제재 완화라는 목표를 위해 한국 정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와 비핵화, 대북제재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이번 사안을 두고서는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합의 파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번 북한의 결정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깨뜨릴 만큼의 고강도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남측 연락사무소 인원들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북측의 언급은 곧 남측 인원들의 출입경에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이는 연락사무소 정상화에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는 이제 북측 인원들이 철수했기 때문에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것을 (남북)합의 파기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간에는 연락사무소 외에 군 통신선 등 다른 연락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보다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통일부는 이번 북측의 결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북측이 조속히 복귀해 남북 간 합의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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