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회담 ‘무의미’ 결론냈나

북한이 10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추후 열릴 실무회담에 성실히 응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의 “결심대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성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한두차례 회담에서도 남측이 그동안 4차례의 회담에서 밝혀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의 우선 해결 등의 입장을 견지할 경우 자신들이 이미 밝힌 대로 개성공단 임금과 토지임대료 등에 대한 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꿔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북측이 지난 5월15일 대남 통지문을 통해 토지임대료 등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한 뒤 남북한은 지난 2일까지 4차례의 실무회담을 가졌으나 4차 회담에선 추후 회담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에 ‘성실 회담’을 촉구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의 담화를 발표함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5차회담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해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지난 4차 접촉에서 마침내 저들의(남측의) 대결적 본성을 낱낱이 드러냈다”고 말해 개성회담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러한 말이 남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남북 서로 상대가 기왕의 입장을 바꿀 수 없는 형편이고 바꿀 의사도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이번 담화가 이명박 대통령의 ‘유로뉴스’ 인터뷰, 통일부의 사치품 대북반출 통제 발표 직후 나온 게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 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라고 규정했다.

또 통일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와인과 귀금속, 모피류 등 사치품의 대북 반출을 10일부터 엄격히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장용석 평화문제 연구소 연구실장은 “북측은 이 대통령의 유로뉴스 인터뷰를 통해 남한 정부가 사실상 개성공단은 물론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교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결론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회담에서 남측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개성공단 기업들에 제시, 기업에 부담을 지움으로써 스스로 공단에서 철수하게 만들고 개성공단 폐쇄의 직접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명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실장은 “북측이 `결렬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 만큼 당장 회담이 결렬된 것은 아니며 추후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결정될 것이지만, 유씨 문제로 인해 협상의 접전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

이날 북측의 담화도 “회담장 밖에서 그 무슨 제재요 봉쇄요 뭐요 하며 반공화국 대결과 전쟁소동에 광분”하는 등 “접촉에 찬물을 끼얹는 언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측 입장에서는 남측의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남측이 북측에 거액의 달러가 들어가는 개성공단을 더 이상 유지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측의 이날 담화는 특히 제4차 회담에서 남측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발언문을 근 한시간에 걸쳐 목청을 돋구어” 읽어 내려간 것에 대해 과거 남북대결 시대에 “‘대화있는 대결’을 떠들며 대화마당을 대결장으로 만들었던” 남북회담 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남측이 말끝마다 ‘기업사정’이요 뭐요 하며 기업들을 생각하는 듯이 하지만 기업경영에서 가장 초보적인 문제인 근로자 합숙과 출퇴근 도로 건설마저 부당한 전제를 붙여 실무접촉에서 논의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 개성공업지구에서 스스로 나가게 하려는 술책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명분을 쌓아두려 했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5월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임금, 세금 등 기존 계약들의 무효를 선언하고 자신들이 새로 제시할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고 통보했었다.

이날 지도총국이 “이미 천명한 대로 우리의 결심대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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