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통한 뇌물상납 요구 많다”

▲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

남북경협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개성공단이 북한 미사일 사태와 유엔안보리 결의 후 한미간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다.

한국정부는 개성공단에 전략물자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달러 거의 대부분이 북한당국에 들어가고, 금강산 관광 비용이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전용된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지난 7월 9일 ‘소노코’(회장 김석철)의 경협자금 유용설이 검찰에 밝혀짐으로써 북한 간부들에게 뇌물이 제공되는 등 ‘복마전’ 양상의 일각도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은 개성공단 1호 제품인 ‘개성냄비’를 생산한 ‘소노코’는 개성공단에서 남한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건축물을 짓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행위와 북측 간부들에게 ‘고급 뇌물’을 상납했다고 밝혔다.

‘소노코’는 자금난으로 북한 근로자 임금을 체불 해왔으나 북한 간부들에게는 고급 냄비세트, 자동차, 고급양주, 의약품, 달러 등을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이같은 비리는 앞으로 더 드러날 수 있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북한에 유입되는 달러가 차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조만간 개성공단 문제는 더 불거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남북경협을 모니터링 해온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남북경협의 특성상 북한 간부들의 뇌물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며 북한측의 상납요구가 음양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대표는 “남북경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특히 북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남북 경협을 하면서 북한의 요구에 못 이겨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지원되는 것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면서 “심지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돈을 소비하는 경우가 있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가들이 남북화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야심차게 대북사업을 시작하지만 북측의 상납 요구와 이를 제어할 체계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이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경협 성과주의가 문제다”

-지난 7월 9일 ‘소노코’의 남북협력기금 유용설과 뇌물 상납 등이 밝혀졌는데, 기업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뭔가?

성과주의가 문제다.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기업은 정부를 비롯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성과를 내려고 한다. 그래서 성과를 내기 위해 ‘소노코’처럼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소노코는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다보니 비공식적인 투자, 즉 뇌물 등을 상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소노코는 예외적인 경우라 볼 수 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은 정부를 통해서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뇌물을 건네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북사업을 할 때 북한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북 사업의 특성상 그렇다.

-성과주의는 남측의 문제인데, 북측의 비리는 어떤 게 있나?

북한과는 정상적인 계약관계 성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계약을 하더라도 북한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이 파탄날 수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대북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대북사업가들이 알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쉽게 뿌리치기 힘들다.

따라서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은 자본주의식 계약관계에 의한 거래라기 보다는 와화벌이 차원에서 경협을 한다. 그들에겐 외화벌이가 계약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북한은 계약위반을 밥먹듯이 하며 비공식 상납을 요구한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사업에서는 ‘소노코’ 같은 사례가 자주 있나?

개성공단을 제외한 다른 대북사업에서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가들은 손해를 우려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 상납하는 것이 상당하며 심지어는 돈도 떼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성공단 외의 대북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들은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북사업의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어떤 식으로 상납을 요구하나?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해줄 것을 종용한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의 인도적 지원을 많이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북한 정부 차원에서도 판단한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간부들은 지원된 것들을 편취한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우선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정부에 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뇌물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상사중재위원회’가 조속히 설립되어야 한다. 이미 지난해 설립하자고 남과 북이 약속했지만 위원회 명단만 주고받았을 뿐 정체되어 있다.

먼저 북한이 인도적 지원 명목의 상납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겠지만 현실상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대북사업을 하는 기업가들이 북한의 요구를 뿌리쳐야 한다. 사업의 특성상 뿌리치기 힘들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업가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