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에서는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을 없애고 금강산관광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를 없애느냐, 그대로 두느냐는 우리의 경제 여건과 ‘장군님’(김정일)의 결심에 달려있다.”
북한 당국의 한 고위 간부는 13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운명은 이미 지난해 ‘공동사설’이 발표될 때 장군님(김정일)에 의해 결정됐다”며 “지금까지 (개성공단이) 남아있게 된 것은 경제적 문제가 우리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 고위 간부는 “개성공업지구는 시작될 때부터 말이 많았다”며 “자본주의 기업을 끌어들인다는데도 문제가 있지만, 특히 그 대상이 남조선이라는 문제 때문에 일부 일꾼들은 ‘풀뿌리를 씹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개성공업지구 초기에는 공단 노력(노동자)을 1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으로 하고 시작했는데, 정작 해보니까 노력을 계속 교체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지금은 개성공단에 다니는 일꾼들과 가족들을 통해 남조선에 대한 입소문이 계속 퍼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당이) 백성들의 남조선에 대한 환상을 더는 그대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의 입장에서는 금강산이나 개성공업지구 노동자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다 자본주의를 선전하는 포스타(구호판)나 같다”며 “그들 때문에 우리 사회주의 체제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남조선을 선전했다는 이유로 개성공업지구에서 법적으로 제기된 사람들이 최소 20명이 넘는다”며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그 자리에서 법적 제재를 가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중앙에서는 안심을 못한다”고,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이 중단돼도 상관없느냐’는 물음에는 “솔직히 우리가 돈 때문에 개성에 목을 맸다면 지금이라도 남측에 (관광객 피격사건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금강산 관광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개성공단 유지보다 체제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돈’이 꼭 남한 돈이라는 법도 없지 않나? 중국돈, 러시아 돈도 있고 미국 달러도 다 같은 돈”이라며 “우리가 경제적으로 바쁘지만(어렵지만) 돈을 보고 국가의 전망을 세우지는 않는다. 그것은 당신들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북한 고위 간부와의 인터뷰 전문]
-최근 남한에서 북측이 개성공단(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중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개성공단 사업 중단’ 같은 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뭔가?
“사실 올 가을부터 그런 소리,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중단한다는 소리가 바깥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것(개성공단 중단)은 지난해 말 이미 중앙(‘중앙당’ 지칭)의 방침으로 정해진 것이다.
앞으로 개성공업지구가 어떻게 될지 나도 함부로 단정 짓기 어렵다. 복잡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중앙당에서는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을 없애고 금강산관광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를 없애느냐, 그대로 두느냐는 우리의 경제 여건과 ‘장군님’(김정일)의 결심에 달려있다.”
-‘(김정일) 장군님’은 건강하신가?
“그렇다. 그 이야기는 묻지 말라.”
-‘복잡한 일’이란 게 무슨 말이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업지구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논의가 심각했던 문제다. 처음 금강산 관광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사실은 금강산뿐 아니라 백두산이나 구월산도 다 개방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90년대 미공급(식량난) 시기, 1996년 말부터 1997년 초에 경제부문 일꾼들이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외화를 벌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중앙에 제의했는데 ‘자본주의 문화를 끌어들이자는 반(反) 혁명행위’로 낙인찍혀 세게 두들겨 맞았다.
당시 일반강연회에서까지 ‘관광으로 돈을 벌어들이자는 행위는 자본주의 썩어빠진 문화를 내부에 끌어들이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굉장히 떠들었다.
로시야(러시아) 대사로 있던 손성필을 비롯해 대외무역총국과 조선관광총국의 많은 일꾼들이 관광사업을 통한 개방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철직되거나 사라졌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런 일이 있은 후 불과 1년도 못되어 금강산 관광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개성공업지구도 마찬가지다. 시작될 때부터 말이 많았다. 자본주의 기업을 끌어들인다는데도 문제가 있지만 특히 그 대상이 남조선이라는 문제 때문에 일부 일꾼들은 ‘풀뿌리를 씹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중앙 일꾼들 중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업지구에 회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더 발전시키자고 열성적으로 나서는 일꾼들도 있긴 하다.”
-그러면 지금 중앙당 내부에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방침이 이미 정해졌다는 말인가?
“그렇게 보면 된다. 왜 그러냐 하면, 개성공업지구 초기에는 공단 노력(勞力, 노동자)을 1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으로 하고 시작했는데, 정작 해보니까 노력을 계속 교체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은 개성공단에 다니는 일꾼들과 가족들을 통해 남조선에 대한 입소문이 계속 퍼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당이) 백성들의 남조선에 대한 환상을 더는 그대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앙의 입장에서는 금강산이나 개성공업지구 노동자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다 자본주의를 선전하는 포스타(구호판)나 같다. 그들 때문에 우리 사회주의 체제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남조선을 선전했다는 이유로 개성공업지구에서 법적으로 제기된 사람들이 최소 20명이 넘는다.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그 자리에서 법적 제재를 가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중앙에서는 안심을 못한다.
지난해 내부적으로 중앙당 물갈이가 한 번 있었다. 지금은 금강산이나 개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면, 지금에 와서 ‘개성공단 중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오로지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자는 것인가?
“우리가 ‘허풍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도 다 정세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다. 사실 올해 ‘신년공동사설’을 만들 때만 해도 중앙에서는 정세를 상당히 낙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6자회담을 비롯해서 모든 문제해결의 열쇠를 우리가 쥐고 있고 우리의 행동 여하에 따라 미국은 따라오게 돼있다고 생각했다.
5~6월쯤 미국이 테러지원국, 적성국 무역법을 해제하면 우리도 무역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명박은 경제적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와 미국이 관계만 잘 풀리면 남쪽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봄부터 식량상황도 복잡해지고, 미국이 처음에는 테러지원국 문제로 우리에게 협잡을 쳤다. 나중에 결국 (테러지원국에서) 풀어주었지만…또 이명박 정권은 우리에게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성공업지구 이야기가 바깥으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북측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만만치 않은데, 현실적으로 그걸 무시할 수 있나?
“솔직히 우리가 돈 때문에 개성에 목을 맸다면 지금이라도 남측에 (관광객 피격사건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금강산 관광 다시 시작하면 된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돈’이 꼭 남한 돈이라는 법도 없지 않나? 중국돈, 러시아 돈도 있고 미국 달러도 다 같은 돈이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바쁘지만(어렵지만) 돈을 보고 국가의 전망을 세우지는 않는다. 그것은 당신들 생각이다.“
-만약,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면, 다른 대안이 있나?
“우리는 정세가 낙관적이라는 판단 아래 개성공업지구를 없애는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토의했다.
첫째로는 개성-남포 사이와 개성-라선(라진-선봉 경제특구) 철도를 연결하고, 남포시를 경제특구로 만들고 라선지구를 홍콩처럼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운송만 되고 전기와 철도가 보장된다면 우리로선 굳이 개성을 사수해야 할 필요가 없다.
남포에 경제특구를 만드는 경우 남쪽의 기업들을 그쪽으로 유도하면서 개성에 있는 기업들도 남포로 옮기면 된다. 물론 남조선과 마찰도 있겠지만 결국에 가서는 우리의 의도대로 될 것이라고 타산했다. 특히 철도만 열리면 남쪽 기업들이 남포보다 라선에 더 쏠릴 것으로 타산했다.
남포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남한 기업들을 끌어들일 경우 남쪽은 자금과 자재들을 대고 공장 운영권은 우리가 넘겨받으면 된다. 남쪽 기업들은 생산물을 독점하고 그 판매 이익금을 우리와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둘째는 이명박 정권이 우리와 관계를 악화시키자고 나서는 경우를 생각해서 라선에 힘을 집중하자는 계획이다. 라선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돌이면 된다. 라선이 잘 되면 남쪽 기업들도 결국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 것으로 본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바라보고 남한을 버린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라선 개발은 6월에 중국의 시진핑(국가부주석)이 왔을 때 이미 ‘10억 달라’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러시아 지원도 받아내고 있고, 앞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남포지구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내 생각에도 남포를 여는(개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 군대는 왜 삐라문제를 들고 나왔나?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남측도 삐라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 아닌가? 군대들도 그냥 손 놓고 있으면 위(중앙)에서 검열 내려오면 크게 당하니까 그냥 가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 개성공업지구는 ‘돈이냐, 사회주의냐’를 결정짓는 문제다. 올해 미국과 관계가 발전하고 우리가 식량문제나 경제문제를 겪지 않았다면 지금쯤 벌써 개성공업지구 해체에 돌입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