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업체 실태파악에 적극적인 태도

북한이 지난달 중순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회계근거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입주업체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여는 등 전례없이 적극적인 태도로 공단 업체들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주업체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선 북한 당국이 업체들의 어려운 부분을 파악해 도움을 주려는 태도라는 평가와 나중에 임금인상 요구자료로 삼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 제기로 반응이 엇갈린다.

특히 북한이 일부 입주업체들에 대해 30개 항목에 이르는 경리회계 자료를 이달초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과 관련, 남북포럼의 김규철 대표는 1일 “북측에서 인건비, 원부자재, 물류비, 금융비용, 제세율 등 너무 세세한 자료를 요구해 기업들이 영업비밀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나중에 임금인상 요구의 근거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업체 대표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나중에 꼬투리 잡으려는 것은 아닌지 떨떠름하고 압박감을 느낀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일부에서 이번 조사에 대해 기업들의 트집을 잡거나 나중에 임금인상 요구의 근거로 삼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내비치지만 나는 기업들의 어려운 부분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달리 해석했다.

그는 “내가 회계를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북측에서 요구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공인회계사의 검토를 받아 제출했던 연간 결산 신고서를 항목별로 좀 자세히 풀어달라는 것이지 영업비밀을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감가상각’ 등 전문 회계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가령 일반 관리비라고 하면 여기에 점심식사와 간식을 포함한 식대, 교통비 등 여러 계정이 들어가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기존 자료의 자세한 분류를 요청한 것”이라는 것.

그는 북측의 의도에 대한 ‘선의의 해석’의 근거로, 북한의 개성공단 관리 주체인 중앙개발지도총국이 지난달 29일 공단내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31개 업체의 법인장을 모아 놓고 애로 사항을 청취한 사실을 들었다.

총국 관계자 4명은 당일 2시간 내내 법인장들이 제기하는 불만과 애로 사항을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고 기록해가며 진지하게 들었다는 것.

옥 부회장은 “개성공단 초창기인 2006년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었지만 이번 모임에서 북측 태도가 그때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인장들은 처음엔 문제제기를 주저했지만 “기탄없이 말해 달라”는 북측의 태도가 진지함을 확인한 뒤 ‘북측 근로자들의 결근을 줄여달라,’ ‘작업시간을 준수해 달라,’ ‘불량률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등 요구사항을 쏟아냈다고 그는 전했다.

북측 관리들은 이해가 제대로 안되는 대목은 나중에 다시 물어보기도 하면서 “종래 일방적으로 지시하던 것과 달리 서비스 마인드로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고 옥 부회장은 말하고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업체 관계자도 “분위기가 좋았다”며 “북측에서 요구한 회계근거 자료도 기본적으로 기존 결산보고서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작년에 입주해서 그런지 회계자료관련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해 입주업체 전부가 회계근거 자료의 제출을 요구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유성진씨 억류 문제도 풀린 만큼 정부는 공단 합숙소 건설 등 북측과 합의 사항을 이행해 개성공단 활성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