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한 지 이틀째인 4일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 철수’를 언급했다. 보수언론 등의 ‘최고 존엄 모독’을 전제했지만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둔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이다.
실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내세워 ‘명분’을 확보한 뒤 이후 행동에 나서는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볼 때 ‘북 근로자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근로자 철수’ 협박을 행동으로 옮기고 이후 남측 근로자 철수→개성공단 폐쇄 선언→개성공단 내 우리 측 자산 동결·몰수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에 반발, 남측 인원의 단계적 철수에 이어 2010년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의 몰수·동결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우리 정부는 북한에 있는 우리 시설물, 즉 재산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투자보장합의서와 우리 측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신변보장합의서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 책임론’을 펴며 합의 무효를 주장하면 마땅히 제어할 방법이 없다. 남북 간 당사자가 합의서를 어겼을 경우에 어떻게 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인원을 추방하고 자산을 몰수했을 때도 이와 같았다.
이와 관련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계적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위협수위를 높여가겠지만 폐쇄, 자산몰수까지는 실행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지금 북한은 단계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여 대남 압박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나오는 것도 막을 수 있고, 근로자도 철수시킬 수 있다고 위협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와 달리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몰수해도 공장 등을 가동하기에는 어렵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을 완전 폐쇄하고 자산 몰수까지는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도 “개성공단은 전체적으로 전략, 전술적인 게임 성격이 강하다”면서 “폐쇄조치까지 가기보다는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거나, 우리 근로자 중 일부를 강제 추방 또는 체제 비난 등의 이유로 억류하는 식으로 괴롭히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책임은 북한이 뒤집어 써야 하고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되고, 중국도 더 이상 북한 편에 서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먼저 철수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직접 피해액은 약 1조4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단인프라 조성과 기업들이 투자한 비용 1조 원 등 직·간접적인 피해 총규모는 4~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