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단물 빨기용’ 인식 바꿔야

개성공단에 입주 예정이던 1단계 본단지 분양기업 23개 중 4개 업체가 개성공단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 포기 기업 외에 4개 업체는 입주를 보류했다.

2005년 8월 6대 1의 경쟁력을 뚫고 개성공단 부지를 분양받은 기업 중 현재 입주해 공장을 가동 중인 업체는 7개에 불과하다.

공장 신축중이거나 시공 준비 중인 나머지 8개 기업 중에서도 1, 2개 업체는 입주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3년째를 맞이한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 및 개선 작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태는 이달 30일 잔여부지 53만평 분양 실시로 1단계 사업(100만평)을 마무리한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개성공단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사태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둬야 할 정부가 이를 쉬쉬하는 데만 급급할 뿐,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 분양 업무를 담당하는 토지공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마지못해 확인하며, “추가분양을 앞두고 있어 그런(사실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분양이 끝나고 보는 게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2005년 분양 후 사업구상 과정에서 (투자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해 포기했다”는 말만 거듭하며 사태확산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분양기업들이 계약체결 6개월 내 공장건축에 착수해야 하는 규정에도 불구, 분양 후 18개월이 지나도록 공장신축도 하지 않은 채, 위약금을 지불하면서까지 개성공단 입주를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측은 지난 2년여 동안 한결같이 기회만 있으면 우리 기업과 정부에 ‘외화벌이’를 위해 부당한 요구를 거듭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속절없이 휘둘리기만 했다.

지금까지 남과 북은 근로조건, 임금기준, 통관·통행, 검역 등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세부 규칙에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계속해서 새로운 요구사항을 제시하거나, 합의도 끝나지 않은 사안을 일방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북한이 최근 장기체류중인 남측 근로자들에게 체류증을 발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에 대한 발급 수수료 논의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도 정부의 안일한 대책마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북한이 또 어떤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개성공단에 투자할 수 없다. 지난주 (주)로만손 등 22개 입주기업이 모여 이같은 애로사항을 지적하며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를 반증해준다.

입주기업 및 NGO들은 무엇보다 북한이 근본적인 남북경협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성공단의 장점과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단물 빨아먹기 식’ 인식에 그치고 있어 기업들을 떠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변하지 않는데 개성공단에 대한 수십 개의 지원법이 무슨 소용이냐고 항변한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미래이며 남북을 이어주는 평화산업의 핵심”이라며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취지에도 불구 우리 입주기업들이 그 안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구호만 요란할 뿐 실제 알맹이는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개성공단 초기 ‘북한에 볼모로 잡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개성공단 사업을 강행해 여기까지 왔다. 아직까진 개성공단 사업의 초기단계라 향후 전망을 속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에게 작업지시 조차 직접 하지 못하는 등의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계속되는 한 개성공단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정부가 개성공단 ‘희망가’만 부르고 있을 게 아니라 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는 걸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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