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 임금 인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렸지만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간이 넘도록 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는커녕 다음 회의날짜도 잡지 못했습니다. 북측 공동위원장인 박철수 중앙특구 개발 지도총국 부총국장이 이날 회의에 대해 “안 한 것보다 못한 회담이다”고 불만을 터뜨린 걸 보면 저들의 뜻대로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남북 간 의견 차이는 분명합니다. 북측은 개성공업지구는 저들 땅에 있기 때문에 노동규정이나 임금문제 등도 자신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남측은 처음 개성공업지구를 만들 당시에 했던 남북 간 합의를 파기하는 것으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처음 개성공업지구를 시작할 때 여기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남측과 협의하겠다고 했던 북한 당국입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일방적으로 노동규정을 개정하고 제 마음대로 임금을 올리라고 남측 기업에 요구한다면 과연 옳은 처사입니까. 이러 행태는 정당성이 없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운영의 가장 근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남한기업이 노동자들을 직접 뽑지도 못하고 관리도 못합니다. 그들에게 주는 월급도 노동자 개개인이 아닌 북한 당국에게 지불해야 합니다. 일은 노동자들이 하는데 월급의 대부분은 김정은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10%도 안 되게 그것도 돈 가치가 없는 북한 돈으로 환산해 노동자들에게 줍니다. 월급이 올라간다고 해도 노동자들한테 이득은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악을 박박 쓰며, 노동자들 임금을 제 맘대로 올리겠다고 우기는 것은 김정은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얄팍한 술수입니다.
지금이라도 개성공업지구 임금문제를 푸는 좋은 방법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남한기업들이 요구하는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문제도 풀어주고 자율권을 주면 됩니다. 남한 기업이 노동자들을 뽑고 월급도 달러로 직접 주고 한 마디로 시장경제원리에 맞게 하면 됩니다. 그럼 월급을 높여달라고 하지 않아도 남한 기업들은 북한당국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힘이 나서 일할 테고 생산량 역시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또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국제적인 비판도 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김정은 정권은 일석이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방법을 회피한 채 어떻게 하면 개성공업지구를 이용해 돈을 좀 더 챙겨볼까 하는 그런 꼼수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북한 인민을 위하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길을 선택하는 것 이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