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기존계약 전면 ‘무효’ 선언

북한은 15일 최근 남북 당국간 개성접촉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남측 책임론’을 펴면서 개성공단과 토지임대료와 임금, 세금 등 관련법규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선언했다.

또한 자신들이 새로 제시할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고 말했다.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이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 12시35분경 통지문을 남측에 전달했다. 이날 오전 우리 측이 18일 오전 10시에 만나자고 통지문을 전달한지 약 2시간 반 만이다. 통지문은 이날 오후 4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통지문은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그동안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측에 특혜적으로 적용했던 토지임대 값과 토지사용료, 노임, 각종 세금 등 관련법규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통지문은 이어 “우리는 변화된 정세와 현실에 맞게 법과 규정, 기준이 개정되는 데 따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며 “개성공업지구의 남측 기업들과 관계자들은 우리가 통지한 이상의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지문은 “6·15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6·15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라면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 계약 개정을 위한 실무접촉을 무산시키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상황도 남측의 태도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의해 47일째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를 ‘본질적인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통지문은 “의제 밖의 문제를 가지고 반공화국 대결소동을 벌리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통지문은 이어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에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의 문제를 가지고 소란을 피우면서 그것을 실무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내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개성공업지구 실무접촉을 또 하나의 북남대결장으로 만들어 공업지구 사업 자체를 파탄시키려는 남측당국의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도발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계약 무효 선언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북한의 일방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또 북한은 일방적인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남측이 이날 오전 제의한 대로 오는 18일 실무회담에 즉각 호응해 나오라고 촉구했다.

김호년 대변인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는 개성공단의 안정을 위협하는 조치로서 정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북한의 일방적 조치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좋다고 한 것은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측이 거론한 법규정 및 계약 개정과 시행 문제는 개성공단의 안정과 향후 진로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남북한 당국은 물론 개별사업자와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상호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북한측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씨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김 대변인은 “우리 근로자 전체의 신변안전에 관한 문제로, 개성공단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이며 당면한 현안”이라며 “남북간 합의서에 따라 처리되어야 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북한 측은 이제라도 부당한 자세를 버리고 관련된 법 규정들 및 계약들의 무효선언을 즉각 철회해야 하며 우리측이 제의한 당국간 실무회담에 조속히 동의해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과련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이든 폐쇄든 북한의 막무가내 식 일방 태도에 대해 정부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남북관계를 재정립하는 과도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미 북한은 임금 등에 따른 수익을 포기할 각오를 한 것으로 본다”면서 “때문에 우리는 억류된 사람을 풀기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야 하고, 계약위반에 따른 보상도 청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언급한 토지임대료는 이미 개성공단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2004년 계약당시 1천600만달러를 이미 지급해 임대차 계약이 끝난 상황이다. 때문에 어느 일방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변경이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토지사용료 역시 개별기업들이 분양을 받는데 지급하는 것으로 10년 후인 2014년 이후 사용료를 지급하게 되는 것으로 당국자는 설명했다. 세금 역시 현재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