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기업에 세금폭탄…”기업들 ‘멘붕'”

북한이 개성공단 남측 입주기업에 소득신고를 빠뜨릴 경우 최고 20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징벌적 규정을 시행해 입주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8월 2일 개성공단을 총괄하는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세칙에 따른 것이다. 당시 북측은 2004년 제정된 ‘세금규정 시행세칙’ 120개 조항 중 117개를 수정한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세칙에는 회계 조작 시 조작 금액의 2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소급과세 금지 폐지와 자료제출 확대 등 과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새로운 세칙으로 개성공단 123개 입주기업 중 19곳이 세금을 이미 부과 받았다. 한 입주기업 대표 A씨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측이)세금을 부과한 것은 맞다”면서 “말 그대로 입주기업 대표들은 멘붕상태”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사실은 123개 모든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북한 관계자도 만나서 계속 얘기를 하고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 B씨 역시 “세금을 부과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소 무리한 요구여서 북측에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북한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소급 기간을 없애고, 200배를 부과한다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는 규정”이라며 “이렇게 한다면 어느 나라 기업이 투자를 하겠는가. 세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특정 기업을 지정해 반응을 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은 이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출입인원 제한, 물자 반출·입 금지 등으로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사실상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이 같은 ‘불평등 세칙’에 대해 “국제법 어디에도 없고 상위법(남북 투자보장 합의서 4조)에도 어긋나는 소급 과세를 당장 재검토해야 한다”며 북측에 두 차례 공식 항의했지만, 북측은 “법과 규정에 관한 해석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 같은 세칙을 적용해 입주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측의 요구대로 하면 남북교류협력법을 어기는 것이 되는데, 북한이 단순히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북한의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은 ‘김정은 체제’의 달러 확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등을 통해 통치자금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한 북한 세무당국의 재량권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납세와 자료제출 의무를 무겁게 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2004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활동을 시작한 입주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북측의 불신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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