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가 민간단체 대북지원 승인 조건으로 내세운 모니터링 조건을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향후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지난 3일부터 나흘간 황해북도 사리원시를 방문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밀가루 분배 현장 동영상을 비롯해, 수혜대상과 분배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통일부에 최근 제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민화협의 밀가루 분배 모니터링이 정부가 생각하는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한 단체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타 민간 단체들의 모니터링 상황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대북 민간단체 지원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다 엄격히 준수할 것을 조건으로 대북지원을 승인했다.
정부는 다른 단체들의 모니터링 수준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남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모니터링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는 분배 현장 동영상이 처음으로 정부에 제출된 것에 대해 “분배 투명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동영상을 제출하도록 했다”면서도 “동영상은 참고자료일 뿐 분배 투명성을 판단하는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말했다.
민화협에 따르면 이번 지원의 분배 모니터링과 관련 북한이 대체적으로 협조적이었지만 한 때 남북 실무자간 모니터링 수위를 놓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제출된 동영상은 민화협이 지원한 밀가루가 사리원시 탁아소, 유치원, 소학교 등에 전달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동안 민간단체들이 분배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동영상 제출이 곧 분배 투명성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참고자료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지적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 모니터링 요원들이 입회한 가운데 지원 품목을 분배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모니터링 요원들의 철수 이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민화협은 지금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1000톤의 밀가루를 지원한 상태며, 향후 한국JTS,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과 공동으로 밀가루 1500톤을 8월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5·24조치 이후 8개월여 만에 재개된 민간단체의 대북 밀가루 지원은 현재까지 불허된 사례없이 모두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