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정구 교수 ‘통일전쟁’ 침묵

천정배 법무장관이 12일 검찰에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해 파장이 일고 있지만 북한은 강 교수의 ’통일전쟁’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일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조선(남한)의 우익보수적인 ’자유개척청년단’ 패거리들이 지난 조선전쟁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피력한 동국대학교 강정구 교수를 보안법 위반혐의로 고발하는 놀음을 벌였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이 사이트는 강 교수가 피력한 ’자기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에 반해 강 교수의 한국전쟁 시기 ’미군 만행’ 비판과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은 적극 지지했다.

조선중앙방송은 8월6일 ’동국대 강정구 교수, 미군이 감행한 학살만행 규탄’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남조선의 동국대학교 교수 강정구가 지난 조선전쟁시기 미군이 감행한 학살만행을 규탄했다”며 “그는 전쟁에서 수많은 조선 사람들이 죽은 것은 미군이 무고한 평화적 주민들을 마구 학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중앙방송은 또 “그는 인천시의 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단체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맥아더는 한국인들을 구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 원수라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통일전쟁’에 대한 태도는 2001년 8월 만경대 방명록 파문 때와 사뭇 다르다.

조선중앙방송은 남한에서 강 교수를 포함한 8.15 평양축전 방북단의 행사 참여와 방명록 기재가 문제시되자 곧바로 대남 통일전선 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 기자회견(8.30) 내용을 보도했다.

한민전 평양대표부 박광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남에서는 8.15 평양통일대축전과 관련해 방북했던 인사들의 활동을 터무니 없이 걸고들면서 문제시하는 괴이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파문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뒤 “이른바 통일대축전 파문과 만경대 방명록 파문 소동은 즉각 중지돼야 하며 구속 인사들은 무조건 지체 없이 석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도 같은 해 11월5일 “강정구 교수가 만경대 가계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조국통일 위업을 성취하자고 한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방송은 이후에도 강 교수의 행동을 “자기의 평소 뜻과 통일의지를 글로 남긴 정당한 활동”이라며 강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구속 기소를 꾸준히 비판했다.

이와 달리 북한이 강 교수의 통일전쟁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6.25전쟁에 대한 시각차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교수는 6.25전쟁을 “통일전쟁이자 내전”이라고 규정했지만 북한은 “미제를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무력침공에 반대하는 조국해방전쟁”이라고 규정해왔다.

북한은 특히 “조국해방전쟁은 미제국주의 침략자들이 우리 조국의 남반부를 강점하고 공화국 북반부를 반대하는 침략전쟁을 도발한 것과 관련해 야기됐다”(조선대백과사전.2000)며 미국측의 선(先)침공을 강조하고 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집안싸움인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이내 끝났을 테고 우리가 실제 겪었던 그런 살상과 파괴라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 주도의 전쟁이라고 해석하는 한편 곧 이은 미국의 개입을 비판해 북한의 주장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강 교수는 자신의 통일운동 성격 규정이 “학문적 연구결과에 바탕한 것으로, 이념 문제가 아니라 사실(史實)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성호창 변호사는 13일 이에 대해 “6.25전쟁은 통일전쟁, 분단전쟁, 내전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강 교수의 주장은 학자의 단순한 견해”라며 “통일전쟁 논의는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에 해당하지도,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