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수, 금강산관광 중단 감수하나

북한이 12일 금강산 여성관광객 피격사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이 사건의 책임이 “남측에 전적으로 있다”고 주장하면서 되레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은 일단 멀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전면적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로 인해 남북간 경색이 당분간 더욱 악화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남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없을 경우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겠다는 강수를 두고 나섬으로써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이 자신들에게 절대부족인 달러 박스라는 점에서 1998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래 10년동안 크고 작은 남북간 정치.군사적 대립과 충돌 속에서도 이 사업만큼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남측의 사과없이는 금강산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는 북측의 주장이 현장조사를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잠정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남측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비롯됐다면, 북한의 군사통제구역에 들어간 점과 북한이 유감을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대화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것 같다”면서 “북측이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고 관광 중단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겠지만,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관광객을 보낼 수 없다는 남측의 강경한 입장에 대한 대응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악재가 겹치면서 암운이 짙게 드리워진 남북관계가 풀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문제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남북 당국간 협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북측이 강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당국간 대화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현대아산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우리 정부는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북한은 역으로 우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형국”을 지적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태도를 바꿨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남북관계를 예측하는 것마저 어렵게 됐다”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측의 반응에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며 “인명피해에 유감을 표명하고 충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기대인데, 북측의 반응은 적반하장격 주장”이라고 말해 북한의 이러한 대응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꼬일 것임을 예상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대북 전문가는 “극단적인 생각이겠지만”이라고 전제하고 “이번 사건 자체가 남북관계를 완전히 끊기 위한 의도된 행위일 수 있다”며 “국민정서상 완전히 불가능한 남측 당국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금강산관광을 중단한다는 말은 남측과 문을 닫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북핵 위기와 연평해전 등 남북 군사충돌의 위기 속에서도 남북관계의 안정을 상징해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관광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불안의 척도로 갑자기 바뀌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