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10일 노동당 창건 74주년을 앞두고 당·군·정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제강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4년 전, 당 창건 70주년에 발표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작’을 다시금 꺼내들어 그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당을 중심으로 간부들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의 불후의 고전적 노작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동지 당의 위업은 필승 불패이다>의 기본내용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학습제강에는 당의 과거 업적과 당원들에게 주어진 향후 과업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노동당의 역사 및 업적, 과업 등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나뉜 총 16장 분량의 해당 자료는 지난 1일 조선노동당출판사에서 발간됐으며, 북한 당국은 10월 한 주 동안 1시간 30분 강의를 통해 이를 학습하도록 했다.
북한은 해당 자료에서 ▲인민을 존엄높은 자주적 인민으로, 혁명의 위력한 주체로 키운 것 ▲인민대중의 자주적 요구와 이상이 실현되는 주체의 사회주의를 건설한 것 ▲제국주의와의 대결전에서 승리의 전통을 새기며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 혁명의 전취물을 영예롭게 수호한 것 등을 당의 업적으로 내세웠다.
특히 북한은 반제국주의 대결과 관련해 “우리 당은 군사중시 노선과 원칙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혁명무력건서로가 나라의 방위력 강화를 제일차적인 국사로 내세웠으며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하는 강위력한 방위력에 의거하여 미제와의 계속되는 대결전에서 연전연승하였다”고 선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과 인민은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이 아무리 발악하여도 일심단결의 위력과 핵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무진막강한 방위력에 의거하여 우리의 힘과 기술, 우리의 자원을 가지고 우리 식으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다그쳐 인민의 낙원을 일떠세우고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이룩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은 “사상·군사·과학중시 노선을 틀어쥐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을 힘있게 다그쳐야 한다”면서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당의 자위적 군사노선과 병진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국방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제7기 제3차 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結束)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이를 두고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으나, 실상 북한은 여전히 당 내부적으로 병진노선을 강조하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북한은 자료에서 “우리 식의 위력한 최첨단 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자위적 핵억제력을 부단히 강화해나가며 전민항전 준비를 철저히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는 과업을 제시, 핵개발 지속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는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10여 차례의 미사일 및 방사포 시험발사를 단행하는 등 대미 압박성 위협 수위를 높여온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향후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핵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오로지 당의 결심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사상·정신적 결속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도 북한은 ‘전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일색화된 사상과 신념의 결정체로 만들어야 한다’,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 밑에 전당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강철같은 조직규율을 확립해야 한다’는 등 유일지도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투쟁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는 이 간부용 학습제강에 대한 개별 학습이 진행 중이며, 오는 12일과 19일에는 보다 완벽한 숙지를 위해 집체 학습이 실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