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인민보안성(우리의 경찰청) 명의로 가짜상품 제조와 밀수·밀매 행위를 엄중히 경고하는 내용의 포고문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가짜상품을 만들거나 밀수밀매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인민보안성 포고가 지난 11일 내려왔다”며 “이 포고의 내용은 기관기업소, 군수 등 전체 인민들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포고문에는 가짜상품을 만들거나 밀수밀매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이런 행위에 대한 투쟁을 드세게 벌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포고문에는 ‘온 나라 전체 인민이 한 사람 같이 떨쳐나 힘차게 투쟁하는 시기에 일부 기관기업소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현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가짜상품을 비롯해 불량식품, 불량약품 생산과 밀수밀매 행위에 대한 투쟁에도 전체 인민이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포고문을 통해 가짜상품을 비롯한 불량식품, 불량약품을 제조하거나 몰래 사고파는 행위를 한 자들은 자수하라고 다그치면서, 그러지 않으면 초래될 수 있는 후과를 거론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포고를 듣거나 보았음에도 한 달 안에 자수하지 않는 자들은 직위 및 공로와 관계없이 돈을 비롯해 기업과 생산물자를 무상몰수하고 영업을 중지시키겠다는 경고문구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가짜상품 제조와 밀수밀매 행위를 경고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추진돼 온 ‘정상국가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짜상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처벌 포고는 최근 다수의 사상자를 낳은 ‘가짜 송악소주’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 평양을 비롯해 북한 여러 지역의 주민들이 가짜 송악소주를 마시고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가짜상품을 만드는 행위를 더욱 엄격히 처벌하고 단속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본보는 평양, 평안북도, 양강도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개성의 특산주인 송악소주를 마시고 죽거나 다친 주민들이 나타났으며, 피해가 커지자 북한 당국이 사건의 원인과 가짜 술의 출처를 파헤치고 주민 대상 강연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이번 사건을 유독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 평양 소식통은 정권 실세인 고위간부의 아들도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실제 당국이 평소와 달리 술을 제조하는 공장에 대해 강도 높은 검열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에 북한 당국이 포고문을 내리면서까지 가짜상품 제조 행위를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북한 당국은 무분별한 개인 밀수가 사회주의 경제 질서를 해친다고 보고 원칙적으로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형법 제119조는 ‘밀수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대량 또는 국가가 통제하는 물건을 밀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라는 내용으로 밀수죄를 다루고 있으며, 북한은 이 밀수죄를 화폐위조, 탈세 등과 함께 ‘경제관리질서를 침해한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밀수·밀매 행위에서 도강(渡江), 탈북, 불법 통화 등 갖가지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는 점 또한 당국이 포고를 내린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이와 관련, “명분을 만들어 국경지대에서의 탈북을 미리 방지하는 동시에 주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