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黨) 창건기념일(10월 10일) 72주년을 별다른 군사적 위협 없이 보내고, 다음날 노동신문에도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은 모습이나 각종 문화예술 공연 장면 등 내부행사 소식만을 공개했다.
▲11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당 창건일 기념 내부 행사 모습 / 사진=노동신문 캡쳐 |
앞서 북한이 이른바 ‘쌍십절(10·10)’을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단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10일 당일은 이렇다 할 소란 없이 지나간 셈이다.
북한이 예상을 깨고 10일 당일 무력 도발을 자제하고, 그에 앞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체제 정비와 내부 결속에 주력한 것을 두고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현 국면을 좀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당 창건기념일에 축포성 미사일 발사마저 자제한 것을 두고는 북한이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나 핵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주시하며 숨고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던 10일 밤에는 미 공군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가 동해와 서해에서 야간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11일 밝혔다. 이밖에도 미국은 핵잠수함 미시간함을 한반도에 전개한 데 이어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까지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고강도 대북 군사압박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북한은 미국의 군사압박 관망하면서 도발 일정을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B-1B 랜서 편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과 함경남도 신포 앞 동해상까지 올라간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바 있어, 미국이 군사압박의 고삐를 조이는 동안에는 도발 수위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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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아직 별다른 도발 태세를 취하지 않는 게 김정은의 ‘사상 초유의 초강경 조치’ 공언에 부합할 만한 기술적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유엔 총회 연설 중 자신을 ‘로켓맨’이라 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이례적으로 직접 성명을 내고 “무엇을 생각했든 그 이상의 결과 보게 될 것”이라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성명 발표 이후 보름이 넘도록 북한은 기술적 진전을 꾀한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공개한 ICBM급 ‘화성-14형’이나 중장거리탄도시마일(IRBM) ‘화성-12형’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김정은의 호언장담대로라면 ICBM의 정상각도 발사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이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가 도발이 기술력 향상을 증명하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대내외에 역효화를 부를 수 있어 북한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올해 들어 ‘예측 불가능’한 시기에 도발을 일삼아 온 김정은이 이번에도 국제사회의 예상을 빗나간 날짜를 도발 시기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고 없는 기습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대내외에 무력 과시 선전효과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현재까지는 북한이 당 창건기념일 직후 혹은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개최일(18일)에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소 이완된 시기에 언제라도 도발을 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