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軍 충성행사 여세 몰아 사회기강 확립 나서나?

보름 만에 북한 매체에 다시 등장한 김정은이 군(軍)의 ‘절대적인 충성’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최근까지 과감한 스킨십과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인 공연, 경제개혁 방침 하달 등으로 인민적·개방적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배신자 척결’ 내용을 담은 김일성종합군사대학 60주년 기념 연설은 주민들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열린 김일성종합군사대학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의 발언과 사진, 기록영화를 대내외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매체들은 31일 10년 만에 개최된 ‘인민군 중대 청년동맹 초급단체위원장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의 발언도 소개했다.


모두 군(軍)과 관련된 행사로 이 자리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이 강조됐다. 자신의 모교로 군관을 양성하는 김일성종합군사대학과 말단 간부들을 총동원한 대회에서 김정은이 직접 김일성·김정일 시대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상기시켰다.


특히 조선중앙TV는 “노동당과 수령에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필요 없다”는 내용이 담긴 김정은의 김일성종합군사대학 60주년 연설을 12분가량으로 편집해 방송했다. 


연설에서 김정은은 “역사적 경험은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혁명군대 군인으로서의 자기 사명을 다할 수 없으며 나중에는 혁명의 배신자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인민군 중대 청년동맹 초급단체위원장 대회’에서도 “인민군대를 강화하여 사회주의 조국을 튼튼히 보위하자”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김정은에게 올리는 충성의 맹세문도 채택됐다.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남북최전선에서 근무하던 하전사가 월남하는 등 군 기강이 문제가 됨에 따라 이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앞으로도 군을 중심으로 통치 체제를 가져갈 것임을 강조해,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으로 어수선한 군을 다독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군대 내 말단 간부들까지 총동원해 체제 수호를 다질 만큼 복잡한 내부 사정이 반영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3, 4일만에 공개됐던 기록영화가 행사 하루만에 방영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데일리NK 내부소식통과 북한관련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전시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국가안전보위부에 적대분자 색출을 지시하고, 당 기관지를 통해 연일 ‘자본주의 황색바람 차단’을 선동해 왔다. 국경통제는 한층 강화됐고, 외부 전화 통화는 자주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물가와 환율은 줄곧 고공행진을 이어 왔다. 황해도 등 몇몇 지역에선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이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했었다.


최근엔 북한 당국의 경제개혁 시도에 대한 기대심리가 무너지면서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체제불신도 깊어졌다. 여기에 체제의 근간인 군에서 조차 기강해이 현상이 빈번하자 개혁보다는 우선 안정에 통치의 방점을 맞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칫 이 같은 현상이 길어지면 ‘체제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김정은의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외부정보 유입·확산의 주요 무대인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탈북과 대북 전단과 같은 체제위협 요소에 대해선 협박과 무력시위로 대응해 내부 단속에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김정은의 최근 공개 활동 내용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도부의 경험부족, 개혁 등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인프라 부족, 여기에 만연된 부패와 관료주의로 당초 계획 시행이 지지부진하자 우선 사회기강 확립부터 돌입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김정일의 유산이랄 수 있는 강력한 군(軍)을 기반으로 체제결속을 다져 사회 전반의 체제 위협요소를 제거해 나가겠다는 김정은의 행보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에 당과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해, 경제개혁 조치 등으로 이완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추스르고 외부에서 일고 있는 체제불안 관측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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