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軍수뇌 교체…후계작업 사전포석?

북한이 11일 김영춘(73·차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인민무력부장에, 리영호(대장) 평양방어사령관을 총참모장으로 임명했다.

우리의 국방장관격인 인민무력부장은 북한군행정을 총괄하며, 합참의장격인 총참모장은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요직으로 총정치국(국장 조명록)과 더불어 군부 트로이카로 불린다.

이번 인사에서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장과 김격식 전 총참모장의 새 보직은 발표되지 않았다. 특히 김격식 전 총참모장은 2007년 4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뒤 채 2년도 안돼 교체됐다. 또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이 어려운 조명록 차수를 대신할 인사도 없었다.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북 전문가들은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군의 체제정비에 따른 세대교체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나아가 후계구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가능성과 대남, 대미 메시지의 성격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3기 김정일 체제 위한 軍세대교체=김영춘과 리영호가 북한 군부 내 핵심요직에 임명된 것은 군대 내 체제정비와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다.

내달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를 통한 ‘제3기 김정일 체제’를 출범을 앞두고 친(親)김정일 체제를 굳건히 다지겠다는 포석으로 읽혀진다.

김영춘은 1995~2007년 인민군 총참모장을 지내다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옮겼다. 전임 김일철 부장이 해군 출신인데 비해 그는 육군 군단장 출신으로 군내 입지도 더욱 탄탄하다고 알려졌다.

리 대장은 북한 내 쿠데타 등이 발생했을 때 김정일의 명령을 받아 즉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평양방어사령관을 지냈다. 2002년과 2007년 군 창건 열병식 때 열병지휘관을 맡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영춘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지만 실질적인 파워는 약했다“면서 “김영춘이 군부 내 3대보직 중 하나인 인민무력부장으로 임명된 것은 군부 실세로 부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영호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일이 근무하는 평양을 지키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핵심직책을 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승진 케이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은 “군부 내 활력을 높이기 위해 ‘얼굴 마담’을 교체한 단순 인사일 뿐”이라며 “김정일이 건재한 상황에서 인민무력부장이나 총참모장 역시도 상징적인 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부 내 체제정비로 읽혀진다”며 “다만 리영호가 총참모장에 임명된 것은 북한식 ‘세대교체’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후계구도 위한 사전 정지작업?=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이 김정일의 ‘와병설’에 따라 후계체제를 구축을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정일이 자신에게 충성도가 높은 이들을 핵심 요직에 앉혀 3기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나아가 높은 충성도를 보일 인물을 요직에 임명해 원활한 후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주장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내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김정일을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추대하는 과정을 밟을 텐데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3기 김정일 체제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후계관련 사전포석으로 읽혀진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실장은 “김영춘이 고영희 라인으로 알려져 있는 것에 비춰볼 때 김정철-정운 후계구도에 따른 적극적 충성파를 요직에 앉힌 것으로도 읽혀진다”며 “과거 김정일의 후계과정 때 오진우가 큰 파워를 행사했던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 김영춘은 김정일의 세 아들 중 정철, 정운의 생모인 세번째 부인 고영희(2004년 사망)가 살아 있을 때 ‘고영희 라인’으로 분류됐다.

그는 당내 실권자인 리제강, 리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과 함께 정철, 정운 형제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군부대 내에서 고영희를 ‘평양 어머니’로 부르게 하는 등의 우상화 작업을 벌인 적도 있다.

◆대남, 대미 압박 메시지=지난달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전쟁불사’를 천명했다. 최근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 발사를 준비하면서 실제적 군사행동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인사 역시 대남 압박 수준을 높이고 대미 군사협상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대남 군사적 메시지가 강화되는 시점을 고려할 때 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일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 클린턴 힐러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군부교체를 한 것은 대미 군사적 메시지로도 읽혀진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실장은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자리에 누가될 것인가 관심이다”면서 “미북 군사대화가 활성화될 경우 총정치국장의 역할이 중요한 데 건강상의 이유로 조명록은 교체가 불가피해 다른 인물로 교체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장과 김격식 전 총참모장의 새 보직은 발표되지 않았다. 특히 김격식 전 총참모장은 2007년 4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뒤 채 2년도 안돼 교체됐다.

따라서 이들이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후임으로 인선될 가능성도 있다. 정 연구실장은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장, 김격식 전 총참모장의 역할이 확인돼야 종합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며 “김격식 전 총참모장이 조명록 정치국장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