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식량원조에 이례적 보도 태도

북한은 17일 미 국무부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 발표 후 12시간만에 조선중앙통신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대남방송인 평양방송, 대내 라디오 방송인 중앙방송과 중앙TV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신속히 알렸다.

북한은 지난 8일에도 방북한 미국 정부의 협상 대표단과 북한 당국간 식량지원 “협상은 진지하게 잘 진행됐다”고 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하고, 이튿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를 4면에 싣는 등 미국의 식량지원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하는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곧 식량이 도착한다는 ’희망’을 줌으로써 체제불안을 가져올 동요를 막고 북미관계의 진척을 과시하는 등의 다목적용으로 보인다.

중앙통신과 똑같은 내용으로 반복된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또 미국의 식량 제공이 “부족되는 식량 해결에 일정하게 도움”이 되고 북한과 미국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이해와 신뢰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해 여러가지 면에서 이례적인 면을 보였다.

북한 매체의 보도 가운데 이러한 대목은 직접적인 사의 표시는 아니더라도 그러한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0년 10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직접적인 ’사의’를 공개 표시한 적이 있다.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방미,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과 회담한 후 북미 공동성명이 발표됐을 당시 북한 매체들은 “조선은 미 합중국이 식량 및 의약품 지원분야에서 조선의 인도주의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의의있는 기여를 한 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였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이때를 제외하고,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지속된 미국의 식량제공에 대해 북한 매체들이 이날 보도와 같이 공개적으로 ’식량해결에 대한 도움’과 ’이해와 신뢰 증진’을 거론해 사의를 우회 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매체의 이날 보도 방식과 내용 등은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 정부가 당초 식량제공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에 요구했던 분배 투명성의 감시체제를 실제로 어떻게 강화키로 합의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북한 당국은) 식량제공 실현에서 나서는 실무적 조건들을 보장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힘으로써 미 정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고 이행할 것임을 천명했다.

역시 북한 식량 사정의 절박함과 대미 관계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매체들은 다만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제공키로 한 것은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처해서”라고 말해 북한의 식량난이 북한 체제의 실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세계 일반 현상인 것으로 호도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보도를 되풀이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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