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비난 속 민족공조 강조

북한이 중단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남북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기한 이후 외형상으로는 오히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핵문제 등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향해 연일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평양방송은 15일 ’호전광의 악랄한 정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호전집단의 앞장에서 반공화국 압살의 배를 몰아가고 있다”며 그를 ’치마두른 호전광’, ’폭군’이라고 비난했다.

이 방송은 “공화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모독함으로써 회담 개최를 가로막은 장본인은 다름아닌 라이스”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남측에 실무회담을 제기한 당일인 14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라이스 장관이 CNN 대담에서 북한을 ‘무서운 정권’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북ㆍ미 기본합의문을 위반한 것처럼 왜곡했다며 “조ㆍ미 관계의 역사를 모르는 무식쟁이든지 아니면 거짓말만 일삼는 아주 철면피한 여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 “라이스는 분수없는 망발을 통해 자신이 말했던 ‘주권국가 인정’이요 한 것들이 다 우리 제도전복 기도를 감추고 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술책이었음을 스스로 폭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4일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취소하라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대화마당에 도저히 나갈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도 같은날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6자회담 참가를 촉구하면서도 “상대국 지도자를 비방하고 안보리 회부와 경제 제재를 시사하는 미 행정부의 사고 및 행동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반응은 북한의 ’폭정의 전초기지’ 해명 요구에 대해 미 국무부 관리가 한성렬 주유엔 차석대사와 전화접촉한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이 6자회담 틀 내에서 양국협의, 뉴욕채널 가동 등 북ㆍ미간 접촉을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은 어떻게든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미국측의 해명을 받아내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으로 북한은 남측을 향해서는 ’우리민족끼리’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남북 차관급 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참된 동족의식을 높이 발휘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한 핏줄인 남과 북은 대결할 것이 아니라 화합하고 단결해 통일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방송은 15일과 16일 ’우리 민족끼리가 안아온 자랑찬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재방,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남한의 보수우익세력이 남북관계를 불신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며 민족공조를 강조했다.

이 방송은 13일과 14일에도 ’우리 민족끼리는 민족대단결의 기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재방했으며 조선신보는 “현 시기 민족공조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근본문제”라며 “민족공조와 한ㆍ미동맹의 병행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핵문제가 남북이 아닌 북ㆍ미 간에 논의돼야 할 문제임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고립과 압박을 남북관계 복원과 민족공조를 통해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