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중간선거에 영향력 행사

북한이 지난달 9일 핵실험을 통해 미국의 중간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할 지 모르지만 북한은 스스로 남한 뿐 아니라 미국의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한의 국회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며 “같은 해 북한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초청하면서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게 과대망상이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경청은 하면서도 수용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두 선거는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모두 남한과 미국 집권 여당의 패배로 마감하고 말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미국 중간선거가 채 1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한 것도 결국 선거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핵실험을 통해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실패를 보여줌으로써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대한 비판여론을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협상력을 제고시키려고 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현재 상황은 북한의 노림수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 확보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원에서도 격전지로 분류되는 공화당 현역의원 지역구 7곳 가운데서 6곳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여론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외교정책과 안보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공화당의 악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한 채 6자회담을 고수하면서 북한을 몰아붙인 것이 오히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불러왔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중재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6자회담 내 양자회담을 통한 금융제재 문제 논의를 양보한 것도 중간선거 결과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간선거에서 중동문제 정책실패에 대한 비난에 북핵문제 타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라크 뿐만 아니라 북한도 실패했다는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미국은 긴급한 국면 전환의 필요성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중간선거의 쟁점이 이라크 전쟁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선거에 끼친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쟁점이기는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포인트이지 북한문제는 하위이슈에 지나지 않는다”며 “북한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핵실험을 통해 미국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는 북한이 이같은 오판을 근거로 내년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간첩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안당국에서는 북한이 5.31 지방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유력 야당 대선주자의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각종 대남단체와 언론매체들은 최근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막아야 한다면서 반보수대연합을 연일 주장하는 대남 선동전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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