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연락사무소 설치 입장 바뀌나

미국과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연락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교로 직행하는 구도를 선호했던 북한이 연락사무소의 교환 설치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는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과 가진 통화에서 미국과 수교 전 연락사무소 개설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 5∼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연락사무소 보다는 수교로 바로 가자는 의사를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뒤 “연락사무소는 중국과 했던 모델이고 미.중관계에서 볼 때 매우 훌륭한 모델이었다”며 “내 생각에는 북한과는 그런 점이 공유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은 외교관계로 가고자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북미간 실무그룹회의에서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힐 차관보의 언급이 맞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언급은 북한의 입장변화로 해석되는 측면이 강하다.

북한의 입장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과 수교까지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걸림돌이 많을 것인 만큼 우선 연락사무소라는 중간단계를 거침으로써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정치적으로 과시하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공사는 이창주 상임의장에게 “미국내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외교관계 수립이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외교적인 1단계 과정으로 연락사무소 개설을 희망한다”는 언급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국교를 맺는 과정에서 1973년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뒤 6년 후인 1979년 1월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리비아와는 2004년 2월 이익대표부를 개설한 뒤 같은 해 6월 연락사무소로 격상시켰고 2006년 5월 수교를 했다.

따라서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집권기간 수교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일단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를 통해 북미 관계정상화의 수준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면서 미국의 차기 정부와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연락사무소를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내 북한과 가까운 인사를 통해 ‘흘린 내용’인 만큼 신중히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상임의장을 통해 공개된 김명길 공사의 언급중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문제에 대한 논의도 미국에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결국 제6차 6자회담이 열리는 오는 19일에 앞서 북미간에 두 번째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회의가 열리는 만큼 이 회의에서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한의 복안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