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대화 속 ‘위문편지’ 눈길

북한의 조선적십자회가 3일 미국 남부지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당한 것과 관련 미 적십자사에 이례적으로 위문편지를 보내 눈길을 끈다.

조선적십자회는 이번 피해에 대해 위문을 표시하고 “하루 빨리 피해를 가시며 피해지역 주민들이 안착된 생활을 하기 바란다”고 짤막하게 언급하는데 그쳤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미국과 수교관계를 맺지 않고 적대관계에 있다고 해도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난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위문편지를 보냄으로써 대화 상대국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지킨 것이다.

지난달 30일 방북했던 톰 랜토스 미 하원의원도 “전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대표단을 배웅하면서 공식적으로 위로의 뜻을 표시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번 위문편지는 최근 북한이 회담기간에 을지포커스렌즈 연습과 대북인권특사 임명에 대한 미국의 ’의도’를 두고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할말은 하되 지킬 것은 지킨다’는 입장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 4월 평북 룡천 대형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10만달러를 지원하고 미 국제개발처(USAID) 관리가 직접 룡천에 들어가 응급의약품세트와 침대시트 등을 지원한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위문편지의 창구를 적십자사로 선택한 것은 북.미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한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재난 등과 관련한 위로전문을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의 명의로 해당 국가의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보냈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데다 핵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의 명의보다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구호.봉사활동 단체인 적십자사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북한 적십자회의 위문편지는 국제사회에 팽배해 있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상국가로 거듭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최근 들어 각국의 지원이 쏟아지고 국제적으로 부각된 재해나 사고에 대해 꾸준히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백남순 외무상은 지난달 콜롬비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프랑스 국민들이 사망하자 필립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위로전문을 보냈으며, 박 총리는 7월 런던 테러 발생 때 하루만에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위로전문을 보낸데 이어 북한 대외.교육부문 관계자들은 영국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1월에는 경제난 속에서도 지진 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남아시아지역에 긴급 구호자금 15만달러를 지원하고 이 지역 국가 지도자들에게 위로전문을 보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에서 발생한 재난에 위로를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해 협상상대로서 예의를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