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여기자 처리’ 이란수순 따를까

간첩 혐의로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가 수감 100여일 만에 풀려남에 따라 북한에 억류된 미 여기자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계인 유나 리와 중국계인 로라 링은 지난 3월17일 중국과 북한 접경지대에서 취재 도중 북한군에 붙잡혀 현재 두 달 가까이 억류돼 있다.

이란 억류사건과 북한 억류사건은 억류주체나 대상 등이 달라 엄밀하게 말해 연관성이 없지만 이란과 북한이 모두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인 관계로 두 사건 모두 정치 이슈화됐으며 기자들이 취재활동 도중 억류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외교 소식통은 12일 “두 사건은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며 이란과 북한이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관이 없다”면서 “다만 이란의 선례가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에 참고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즉, 화해 제스처로 해석되는 이란의 석방조치를 참고해 북한도 전향적으로 여기자 문제를 처리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란 사건과는 달리 북한 억류사건은 당장은 별다른 진전이 없지만 외교 소식통들은 로라 링과 유나 리 사건도 사베리와 비슷한 수순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현재 기소된 상태인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된 뒤 보석 등의 절차를 거쳐 풀려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1996년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가 간첩혐의로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씨도 북한의 요청으로 빌 리처드슨 당시 하원의원이 방북한 끝에 억류 3개월여 만에 소정의 대가를 지불한 뒤 석방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직접 챙기는 등 미 정부의 관심이 높아 북한으로서도 장기 억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사건이 마냥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다만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에 들어가고 2차 핵실험을 경고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생각보다 억류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재판이 마무리된 뒤 미국의 유력인사가 방북, 협상을 통해 억류된 여기자들이 풀려나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면서 “다만 북핵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방북할 특사로 두 여기자들이 소속된 커런트TV를 만든 엘 고어 전 부통령을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핵문제를 담당하는 보즈워스 대표가 여기자 억류사건까지 담당하면 일이 이상하게 엮여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가능성을 낮게 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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