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여기자 중형..美 대응 주목

불법입국 및 적대행위 등 혐의로 기소된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북한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것은 이번 사건을 ‘특별한 카드’로 삼으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 이후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경 대북 제재 채택을 주도하고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맞불을 놓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사법체계상 이번 선고는 항소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재판은 통상 2심으로 끝나며 1심에 불복할 경우 상소할 수 있지만 북한의 최고법원인 중앙재판소가 1심을 선고하면 단심으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여기자를 ‘석방’시키려면 특별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간 교섭이 본격화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이미 북한에 대해 ‘서신 교섭’에 착수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ABC방송 대담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 현재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냈음을 시인했다.

클린턴 장관은 서신의 내용과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했다. 일단 여기자 두명이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간 것을 대신 사과하며 석방을 호소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1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일단 ‘제갈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북한은 국경을 넘은 미국인들을 체포.억류한뒤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협상을 거치거나 벌금을 받은 뒤 석방했다.

1996년 8월 스파이 혐의로 북한 당국에 잡혔던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 씨 억류 사건 때는 재판까지 가지않았다. 같은해 11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민주당 빌 리처드슨 주지사(당시에는 하원의원)가 북한 당국과 협상 끝에 5천달러를 주고 그를 데리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의 경우 북한은 1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두명의 여기자를 쉽게 풀어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이번 결정은 다분히 최근의 북미 대치국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졌다.

미국이 계속 강경한 대북 제재를 밀어붙일 경우 자신들도 두명의 여기자에게 ‘은전을 베풀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비치는 배경이다.

물론 미국은 장거리 로켓을 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이 문제는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여기자들을 북한 땅에 구속하고 있을 경우 여기자들의 가족은 물론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미국 정부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조만간 이 문제를 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또는 특별대표)의 파견이 유력한 카드로 부상하는 이유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의 서한에 대해 북한측으로부터 `응답(responses)’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미 양측이 이번 사건을 놓고 서로의 입장을 교환한 셈이다.

외교가에서 앨 고어 전 부통령이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특사 또는 특별대표로 방북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도 이런 정황 속에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그 선택은 당연히 미국의 움직임에 결부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그리고 금융제재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얼마나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의 분리 원칙’을 견지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일 미국 정부가 기존의 원칙 속에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경우 이번 사건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북한이 미국의 강도높은 압박을 피하기 위해 우호적 제스처로 두 여기자에 대한 ‘은전’을 신속하게 베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북한과의 ‘정치대화’를 시도해 얼어붙은 대치국면을 전격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미국의 특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에 가서 북측의 얘기를 안 들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가 잘 풀린다고 해도 미북간 긴장된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데 기여할 수 있어도 미국의 정책적 변화까지 초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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