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수정안 어떻게 평가할까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이 조기이행조치를 단계적으로 나눠 각 단계에 따른 대북상응조치를 담은 수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의 수정안은 핵폐기 과정을 ‘동결-신고-검증-폐기’의 4단계로 나누고 원자로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상주를 허용하는 동결단계에는 서면체제안전보장이나 종전협정 서명 등의 안전보장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또 신고단계에 들어가면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과 식량 등의 인도적 지원을 상응조치로 묶었다.

일단 이같은 미국의 수정안은 그동안 선핵포기를 요구하면서 보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 대표단이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 역시 ‘저울질 해볼만한 제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선뜻 수용하고 후속논의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첫 단계인 동결단계에서 안전보장 등에 대한 조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북한에 이득이 될만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의 명분으로 미국의 침략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안전보장 약속이 나름대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첫 단계인 동결단계에 경제적 보상이 배제된 점은 불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은 이미 지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에서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 공급을 약속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이 된 현재 시점에서 안전보장 약속만으로 동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계관 부상은 지난달말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회동을 갖고 조기이행조치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우리에게는 행동을 하라면서 미국측은 말로만 때우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부상은 경수로 제공이나 중유 지원 등이 없이는 북한의 군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현 상황에서 북한에게는 경제적 실익이 필요하고 미국에게는 체면이 필요하다”며 “결국 양자의 수요를 어떤 실질적 내용으로 채워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중재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첫 단계에서 중유 등 에너지 지원을 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동결된 계좌의 해제문제도 북한이 미국의 수정안에 대한 평가를 유보케 하는 걸림돌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베이징발 기사에서 “조선(북)은 13개월만에 열린 이번 6자회담을 9.19공동성명 이행토의에 들어가는 선결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마당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조선 대표단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금융제재 해제문제와 상관없이 9.19공동성명 이행문제를 토의하는 시도를 배격하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결국 BDA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만 미국이 제시한 수정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미간에 진행중인 BDA협상에서 합법계좌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의 가시적인 조치가 있다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미국측의 수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돌파구를 열지 못한다면 논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BDA 논의가 가닥을 잡고 미국과 중국이 제안한 워킹그룹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북한은 이 틀속에서 동결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조선신보는 “조선은 금융제재 해제를 9.19공동성명 이행토의의 선결조건으로 보고 워킹그룹은 공동성명 이행을 토의하기 위해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BDA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면 워킹그룹 구성방안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동결 단계에서도 경제적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까지 논의할 수 있지만 이는 추후 구성될 워킹그룹에서 다루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에너지 지원 문제도 워킹그룹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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