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경제제재 `선전포고’로 엄중시

북한이 6자회담에서 미국의 마카오 은행에 대한 거래금지 조치를 문제삼으면서 대북 경제제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9월 북한이 마카오의 중국계 은행인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을 통해 위조 달러 유통, 불법 거래대금 세탁 및 자금 조달을 계속하고 있다며 해당 은행과 자국 금융기관 간 거래를 금지한 바 있다.

미국은 이어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고 은행은 북한과 거래를 중단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0일 “북한이 그 문제를 제기해 ‘언짢다’고 대답했다”고 밝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회담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미국이 핵문제와 함께 경제봉쇄를 실시해 대외 신용위기가 초래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카오 은행을 통한 ’돈세탁 혐의’는 미국의 대북 봉쇄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움직임을 향후 6자회담에서 북한의 선(先) 핵포기를 강압하는 사전 압박공세라고 비판했다.

대변인은 “미국은 최근 우리의 그 무슨 ’마약거래, 화폐위조 등 비법(불법)거래설’에 대해 떠들면서 합법적인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제재 조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대조선 제재 실시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미국 행정부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한 제재와 선핵포기 압박에 매달리고 있다며 경제제재 움직임을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투적으로 써먹는 심리 모략전의 복사판”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비단 6자회담 테이블뿐 아니라 자국의 무역 및 경제개발 자체에 파급되는 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 한국수출입은행 남북협력2실의 유승호 부부장은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은 마카오에서 가장 큰 중국계 은행이지만 총 자금규모가 5억달러 수준이고 북한의 거래 내역은 이 가운데 5% 미만”이라며 북한은 이 은행에 대한 미국의 압력행사를 대북 경제제재의 ’시범사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카오 은행에 대한 제재가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외국 은행에 파급효과를 낳고 미국이 압력 수위를 높이면 북한의 대외 자본거래가 신용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무역확대와 투자유치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시점에서 대외 신용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유 부부장은 “미국이 지난 9월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의 북한 위조 달러 유통과 불법자금 세탁을 문제삼은 직후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미국이 핵문제 협상 추이에 따라 북한을 겨냥, 자본거래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990년대 일본의 총련계 은행 조사,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북한 대성은행 유럽 현지은행인 금성은행에 대한 불법거래 의혹 등도 모두 미국의 입김에 따른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6월 대통령령을 통해 북한의 조선룡봉총회사, 조선광업무역회사, 단천은행 등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관계된 회사로 지목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동북아경제팀의 문성민 차장은 “북한이 2002년 말부터 공식 대외 결제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전환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달러거래 비중이 크다”며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에 대해 북한이 쓸 수 있는 ’경제 카드’는 적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발행하는 ’사회과학원 학보’ 최근호(2005년 3호)는 “최근 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기 위해 단계별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자금구입 통로까지 차단하고 있다”며 달러에서 유로화로 외화결제 수단을 바꾼 것은 미국의 경제봉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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