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11일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사상 유례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강변했다. 9·9절(전승기념일)이 있던 주말에는 별다른 도발 없이 내부 경축행사에 집중했지만, 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고강도 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안보리에서 보다 더 혹독한 불법무법의 제재결의를 끝끝내 조작해내는 경우 우리는 결단코 미국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그 어떤 최후수단도 불사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특히 “세계는 우리가 미국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강력한 행동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하여 날강도 미국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면서 연쇄 도발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안보리 대북제재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제재·압박 수위를 저지하고, 설령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굴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위협적 내용을 담은 성명만으로는 미국의 대북제재 추진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아는 북한이 사실상 추가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해 이번 성명을 내놓은 것이란 풀이도 가능하다. 이미 추가 도발 계획을 세워놓은 뒤 안보리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도발 빌미로 삼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오늘 외무부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건 지난해 7월 미국의 대북 인권제재에 반발해서 성명을 낸 이후 처음”이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앞두고 이에 대한 경고성 및 추가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의 이번 위협은 외무성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는 방식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성명’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 의례적 경고만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간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대변인 담화, 담화, 대변인 성명, 성명 순으로 입장 표명의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를 빌미로 강행할 만한 도발로는 우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가 꼽힌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사거리만 8천km 이상으로,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 워싱턴주 시애틀까지 타격 범위 내에 들어가게 된다.
혹은 ICBM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과시하기 위해 ‘화성-14형’에 핵탄두 모형을 싣고 대기권에 재진입시킨 뒤 상공에서 폭파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이미 ‘괌 포위사격’ 위협 당시 거론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9일에도 괌 인근 30∼40km 해상 수역에 ‘화성-12형’ 4발을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