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기술 확보위해 파키스탄에 350만달러 뇌물”

북한이 1998년 파키스탄으로부터 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군 수뇌부에 현금 350만달러(32억원)와 보석 등을 뇌물로 건넸다고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1998년 북한 공문서와 칸 박사의 서면 진술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전병호 북한 노동당 비서(현 정치국 위원 겸 내각 정치국 국장)가 칸 박사에게 보낸 1998년 7월 15일자 서한에는 전 비서가 당시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의 강태윤 참사로부터 “300만달러가 제항기르 카라마트 파키스탄 당시 참모총장에게 전달됐고 50만달러의 현금과 다이아몬드 및 루비 3세트가 줄피카르 칸 당시 중장에게 전달됐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돼 있다.


신문은 파키스탄 군부에서 뇌물을 먼저 제안했다면서 칸 박사가 직접 돈을 받아 카라마트 총장에게 2차례에 걸쳐 액수를 나눠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전병호 비서는 칸 박사에게 ‘돈 전달’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사람을 보낼 테니 북한이 파키스탄에 미사일 부품을 보내고 나면 그 비행기에 핵무기 개발 관련 문서와 부품 등을 실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전 비서는 당시 강태윤 참사의 부인인 김신애가 살해된 사건과 관련,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정보기관,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개입됐을 것으로 의심하면서 위험에 처한 강 참사 대신 다른 사람(유모씨)을 보내겠다고 적었다.


당시 외신들은 강 참사의 부인이 1999년 6월 북한과 파키스탄 간의 핵·미사일 거래에 관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북한 간첩으로 보이는 괴한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이 서한의 진위는 아직 100% 확인되지 않았지만, 신문은 미국 당국이 과거 의심했던 정황과 일치해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는 “전문가들이 이 서한의 복사본을 검토한 결과 전 비서의 친필서명이 진짜인 것으로 보이며 내용 역시 과거 파악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전형적으로 편지지 위쪽에 인쇄 문구가 없는 북한 서한의 형식과 일치하는데다, 이전에도 북한이 뇌물을 건넸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서한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전병호 비서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군수물자 조달 책임자여서 이런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몰래 북한에 원심분리기 등 우라늄 농축설비를 수출한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넘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칸 박사와 북한의 연계는 미국 언론이 1999년 3월 파키스탄과 북한의 HEU(고농축 우라늄)에 관한 거래 의혹을 보도하면서 본격 제기됐으며, 파키스탄 정부가 2004년 원심 분리기와 관련 기술을 북한에 넘겼음을 시인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칸 박사에 따르면 1990년대 전병호 비서는 당시 파루크 레가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만나고 주요 핵실험실을 방문했으며 수십 명의 북한 기술자들이 파키스탄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서한과 칸 박사의 서면진술은 워싱턴 극동정책연구소의 헨더슨 연구원이 2004년 이후 칸 박사로부터 확보해 이번에 WP에 제공한 것이다.


헨더슨 연구원은 “그동안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거래는 칸 박사가 개인 차원에서 진행한 것처럼 의미가 축소돼 왔다”면서 “이 서한은 북한과의 핵거래에 파키스탄 고위관리들이 광범위하게 개입한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하고 돌아온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북한의 시설이 칸 박사가 유럽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P2 기종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핵을 북한과 리비아, 이란 등에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겨 2004년 체포돼 가택 연금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에 뇌물이 오간 1998년을 전후해 양국간에는 중거리 미사일 판매 대금 체납 문제로 갈등이 빚어졌었다.


WP는 이 서한의 핵심은 북한이 미사일 대금 지급을 빨리해 줄 것과 핵무기 관련 자료와 부품을 빨리 전달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주체로 지목된 카라마트 전 참모총장과 줄피카르 전 중장은 “칸 박사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편지를 조작해 거짓으로 꾸민 일”이라며 뇌물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북한 역시 이 서한에 대한 논평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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